〈2020 올해의 사진〉 산 자들의 윤리

사진 윤성희·글 김금희 2020. 12. 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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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큰비가 내리는 날 사람을 하천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쏟고 내리고 퍼붓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듯 관성적인 지시로 사람을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람을 잃고, 스스로가 사람일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간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눈 돌리고 내 일이 아니므로 방관하며 초당 1만 톤의 빗물이 쏟아지는 댐 속으로 사람을 보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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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8월6일 강원도 춘천 의암호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실종되었다. 다섯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한 명은 끝내 찾지 못했다. 수색은 9월16일 종료되었다.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큰비가 내리는 날 사람을 하천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쏟고 내리고 퍼붓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듯 관성적인 지시로 사람을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람을 잃고, 스스로가 사람일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간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눈 돌리고 내 일이 아니므로 방관하며 초당 1만 톤의 빗물이 쏟아지는 댐 속으로 사람을 보내는 세상. 한 존재의 죽음에는 산 자들의 윤리가 자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의암호는 우리에게 이렇듯 ‘사람값’이 헐한 세계에 진정 희망이 있는가 묻는다. 그 대답을 쥔 채 건너가는 한 해의 슬픔이 길고 차고 깊다.

사진 윤성희·글 김금희(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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