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송년 우화 '백신'

기자 2020. 12.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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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가 내년 초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게 됐지만, 어느 나라 대통령은 1년 내내 '방역 대박' 홍보에만 신경 쓰다 정작 백신의 조기 구입에 실패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개념 있는(?) 연예인들이 백신 괴담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1면 톱 제목을 '전 대통령 친형 ×××, 미국 백신 제약사 주식 대량 매입 의혹'이라고 달았다.

대통령은 뒷산에 올라 광장을 가득 채운 백신 수입 반대 시위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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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많은 나라가 내년 초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게 됐지만, 어느 나라 대통령은 1년 내내 ‘방역 대박’ 홍보에만 신경 쓰다 정작 백신의 조기 구입에 실패했다. 잘해야 내년 중반 이후 전면 접종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권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대가리가 깨져도 ○○○’ 수호대가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친(親)정부의 모 방송사가 총대를 멨다. ‘PD노트’를 통해 ‘미친 백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고발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 방영했다.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백신을 맞은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픽픽 쓰러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이 장면은 영화 ‘부산행’을 짜깁기한 것으로 뒷날 밝혀졌다). PD노트는 “화이자와 미식품의약국(FDA)의 수상한 거래, 믿을 수 있는가”라는 마지막 멘트를 남겼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개념 있는(?) 연예인들이 백신 괴담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헌법 강의로 이름을 날리는 어느 개그맨은 TV에 나와 “검증 안 된 백신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헌법 3조 위반”이라고 했고, 어느 여배우는 “백신 맞느니 입에다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모 중년 여배우는 “예술인은 대마초 한 모금 피우면 사회생활 못할 정도로 몰매 맞는데 지금 누가 국민 생명권을 갖고 위협하는가”라고 SNS에 썼다.

친정부 신문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다음 날 1면 톱 제목을 ‘전 대통령 친형 ×××, 미국 백신 제약사 주식 대량 매입 의혹’이라고 달았다. 교사단체는 “우리 소중한 학생들에게 백신을 맞힐 수 없다”고 선언했고, 노총은 “백신 수입반대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 국회의원은 “백신 계약 관련 숨은 자금 300조를 규명하겠다”며 미국 출장을 떠났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즐겨 쓰는 어느 가수는 ‘백신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콘서트에서 “세상이 모두 너희 발밑인 줄 아느냐”고 외쳤다.

이후 대통령 청사 앞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 시위가 벌어졌다. 대통령은 뒷산에 올라 광장을 가득 채운 백신 수입 반대 시위를 지켜봤다. 산을 내려온 그는 기자실에 들러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도 들었다”고 하더니 “백신 결정권은 질병관리청에 있다”는 내용을 기사 안에 꼭 넣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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