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는 어떻게 극장가를 구원한 히어로가 됐을까

김보영 2020. 12. 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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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일째 누적 30만명 돌파..크리스마스의 기적
북미서 '테넷' 제치고 최고 오프닝..팬데믹 후 처음
갤 가돗·80년대 추억 소환 한몫..희망 메시지에 위로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원더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수 30만명대를 돌파하며 침체된 국내 극장가에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북미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을 제치고 팬데믹 사태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파죽지세로 시즌3 제작까지 확정하면서 이 영화가 코로나19 쇼크에 빠진 전세계 극장가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연휴 3일 20만명 동원…‘크리스마스의 기적’

지난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원더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는 지난 23일 개봉 후 27일까지 누적 관객수 30만 3841명을 기록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연휴(25~27일) 동안에만 총 20여만 관객을 끌어들인 결과다.

크리스마스였던 25일 하루에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14만 1742명으로, 그 중 ‘원더우먼 1984’가 10만 442명을 모았다. 26일에는 5만 9983명, 27일에는 5만 993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과거 흥행작들이 휴일 하루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적도 많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 우려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상영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관객수가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경이적’이라는 수식어도 과하지 않다는 평가다.

‘원더우먼 1984’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대인 1984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적과 만난 원더우먼의 새로운 활약을 그린 영화다. 2017년 ‘원더우먼’에 이어 갤 가돗과 패티 젠킨스 감독이 의기투합한 두 번째 시리즈다. 1편은 원더우먼이 되는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분)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더 강한 적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영웅 다이애나의 본격 활약상을 담았다.

최근 극장가는 연말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매일 확진자가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면서 일일 관객수가 1만명대 수준까지 떨어지는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A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아직 대유행 상황 전으로 돌아가려면 멀었지만 연말 유일한 신작인 ‘원더우먼 1984’ 덕분에 잠시나마 숨통을 텄다”며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 얼어붙은 외출 분위기 속에서 기적에 가까운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흥행 행보는 북미 극장가에서도 포착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북미에선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원더우먼 1984’가 오프닝 스코어 1670만 달러(약 184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를 합한 글로벌 흥행 수익은 8500만 달러(약 936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후 북미에서 최대 수치다. 앞서 개봉했던 상업 영화 ‘크루즈 패밀리 : 뉴 에이지’의 북미 오프닝 스코어가 970만 달러(약 107억원)를 기록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930만 달러(약 102억원)를 기록한 것을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적이다.

특히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전체 상영관의 35% 정도만 제한된 인원을 받으며 극장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의 주요 영화관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 낸 성적이란 점이 고무적이다. 이로 인해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측은 ‘원더우먼 1984’를 극장과 함께 자사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서비스인 HBO맥스로도 동시 공개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성적도 1260만 가입자를 보유 중인 HBO맥스에서 가입자의 약 절반이 이 영화를 스트리밍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주연·감독 상징성→추억 소환…백 투더 80’s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과 전문가들은 ‘원더우먼 1984’의 기적 같은 흥행의 일등 공신으로 주연을 맡은 갤 가돗의 카리스마와 감독 패티 젠킨스와의 케미스트리를 우선으로 꼽는다. ‘원더우먼’ 자체가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히어로물이고 시즌1부터 같은 인물이 주연과 감독을 맡아 계보를 잇는 상징성은 관객들에게 신뢰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여기에 “‘원더우먼 1984’의 흥행은 오랜 기간 코로나19로 작품 개봉이 밀리면서 신작을 향한 관객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또 “‘원더우먼’ 뒤에 ‘1984’란 수식어를 붙였을 정도로 영화는 확실히 그 시절 추억, 복고풍을 표방하고 있다”며 “영상미, 액션, 스토리 전개 면에서 현대 액션 히어로물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아쉬운 점은 있지만 옛날의 추억, 여성 히어로의 상징성을 되새기는 가치는 분명 있다”도 설명했다.

젠킨스 감독은 “문화와 경제 모든 면에서 풍요로웠던 1984년 특유의 패션과 분위기 등 시대상을 고스란히 재현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주연 갤 가돗 역시 “80년대는 모든 것이 가장 풍요롭고 아름답고 의미있던 시대란 점에서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말했다.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지친 세계에 필요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도 관객들의 호응도를 높이는 요소다. 젠킨스 감독이 개봉 당시 “모두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 그 이상을 얻어가면 좋겠다. 즐거운 시간, 즐거운 슈퍼히어로 영화면서도 이 세상 사람들에게 생각할 만한 포인트를 던져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것과도 상통한다.

미국 포브스 등 현지 매체들 역시 북미 시사 당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행복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대단히 아름다운 영화”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한편 ‘원더우먼’은 이번 ‘원더우먼 1984’의 파죽지세 흥행에 힘입어 시즌3 제작까지 확정, 트릴로지(3부작) 세계관을 완성할 것을 예고했다. 토비 에머리히 워너브러더스 회장은 “젠킨스 감독이 다시 한 번 연출과 각본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갤 가돗도 출연을 이미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원더우먼 3’는 전통적 방식으로 극장 개봉을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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