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FA의 의미..LG 김용의 "내가 1호였다면 모두 웃었겠지만"
[스포츠경향]
김용의(35·LG)는 올해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FA는 한 시즌에 1군에서 정해진 등록일수나 경기 수를 채우면서 대졸은 8년, 고졸은 9년을 꼬박 뛰어야 그 권리가 생긴다.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FA 자격이 생기겠지만 백업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LG의 백업 내야수로 뛰어온 김용의도 어렵게 FA 자격을 얻었다. 2008년부터 무려 13년을 뛴 뒤 처음으로 FA가 됐다. FA 하면 수십억이 오가는 시대, FA를 신청한 백업 선수는 구단들의 시선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왜 신청했느냐’는 팬들의 시선을 받기 쉬운 시대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선수라면 더 가혹하다. 선수로서는 당연하고 절실한 이 권리 행사가 ‘민폐’로 치부당하는 사례도 최근 몇 년 사이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고민했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김용의는 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LG 구단은 그 뜻을 잘 이해하고 계약했다. 좋은 계약 내용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한 번도 선수의 FA 신청을 폄훼하지 않았다. 1년간 계약금 1억원과 연봉 1억원에 총액 2억원. 요즘 시대 웬만한 선수 연봉 수준의 총액, 연봉은 올해 받은 연봉(1억500만원)보다 오히려 적어졌지만 김용의는 웃으며 바로 사인했다. 생애 첫 FA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김용의는 “10년 이상 뛰어도 FA 신청을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내게는 금전적인 의미보다는 FA 신청 자체가 훈장이고 큰 의미였다”며 “신청하는 순간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내 의견을 지지해 주신다고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돌이켰다.
어차피 계약 조건을 놓고 다툴 생각이 없었기에 1호 계약자가 되고 싶었던 김용의는 SK 김성현보다 이틀 늦게 계약해 2호 계약자가 됐다. 김용의는 “1호라는 타이틀로 모두 관심이 가장 많이 받을 때 한 번 계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1호가 됐으면 주위에서 다들 많이 웃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용의는 LG에 몇 남지 않은 고참 선수 중 하나다. 주전이 아님에도 성실한 인성과 플레이로 팀에서 인정받는 고참 선수다. LG는 포수 베테랑 이성우와 재계약하고 김용의와 FA 계약 하면서 주전 뒤에서 소금 같은 존재인 두 고참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지탱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FA 계약 뒤 잠깐 가족과 시간을 보낸 김용의도 후배들처럼 지금 잠실야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김용의는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우리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항상 고민하려고 한다. 경기 외적으로도 주장인 (김)현수를 잘 도와주고, 후배들에게도 항상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절실하게 훈련하라고 이야기 한다”며 “매년 목표는 항상 같다. 우리 팀이 항상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이 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후배들이 많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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