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파묻힌 죽음들, 그 '진실'을 파헤친 남자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0. 12. 3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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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영화 ‘미스터 존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주)제이브로


■편파적인 한줄평 : 뜨거워지는 가슴.

시린 설경이 펼쳐질 수록 보는 이의 가슴은 뜨거워진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버겁고 현실의 압박은 거세지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는 주인공의 의지에 감동받는다. 스탈린의 계획 아래 우크라이나에서 400만명이 아사한 ‘홀로도모르’ 사건을 정성스럽게 재현한 영화 ‘미스터 존스’(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다.


‘미스터 존스’는 열정 강한 영국의 젊은 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가 스탈린과 인터뷰를 목표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스탈린이 명령한 우크라이나 대참사를 목격한 뒤, 이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담는다.

이야기의 힘과 실화의 무게가 묵직하다. 이 작품이 전면적으로 다룬 ‘홀로도모르’는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소련 자치공화국인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400만명(추정)이 굶어죽었는데 우크라이나 독립 운동을 견제하기 위한 스탈린의 계획된 대량학살로 평가받고 있다. ‘미스터 존스’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장면 구성으로 보여준다. 거리에 널린 싸늘한 주검들이 일상인 듯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음식을 강탈하는 시민들, 먹을 게 없어 죽은 오빠의 살점을 떼어내는 어린 아이들을 건조하게 그리며 충격을 선사한다. 반면 언론인들과 고위층이 있는 모스크바에선 환각파티가 성행한다. 세계공황이 불어닥친 1930년대엔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하고 퇴폐적인 장면들이 우크라이나 실상과 대비되면서 보는 이의 분노를 자극한다.

세계적 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작품의 보는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조지 오웰(조셉 묠)이 스탈린의 폭정을 비판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돼지’ ‘개’ 등을 입에 올릴 때, ‘존스’를 둘러싼 압력과 상류층의 위선, 권력의 추악한 민낯 등과 만나며 풍자의 묘미를 선물한다.

엔딩마저 짙다. 여러 핍박과 비웃음 속에서도 끈질기게 기사를 쓰려던 존스가 극적으로 방방곡곡 우크라이나 참상을 알리는 순간, 자막 몇 줄로 그의 비극인 인생 마지막 순간이 전달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감동과 존경이 가미된 여운도 함께한다. 2021년 1월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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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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