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수능 출제위원 밝힌 감금 생활 "태어나서 가장 큰 고생..보상, 얼마큼 받냐고?" ('유퀴즈')[MD리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전(前) 수능 출제 위원, 승무원 출신 취업 준비생 자기님이 출연해 2020년 마지막 방송을 장식했다.
30일 밤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87회에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끝 매듭을 짓는 자기님들과 만나는 '시작과 끝' 특집이 그려졌다.
이날 강상희 대표는 "이전에 수능 문제 출제에 다섯 차례 참여했다. 지금은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수능을 출제한지 시간이 꽤 흘렀고 사교육기관 종사자라서 이제는 저를 안 부르기에 시청자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출연했다"라고 덧붙였다.
강상희 대표는 "문제 출제와 관련된 해당 전공 대학교수, 또는 재직 중인 교사분들이 참여하는데 당시 제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을 때 제안을 받았다. 담당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각종 서약을 한다. 3년 연속 출제, 수험생 자녀가 있으면 안 된다. 자세한 과정은 철저하게 비밀이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출제 위원이 되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감금 생활을 한다. 출제 위원 호송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 합숙소 역시 비공개다. 창문 밖에 풍경이 변하는 걸 보면서 아 내가 어디쯤 가고 있구나 한다"라면서 "제가 출제했던 국어 영역은 출제 위원 30명, 검토 위원 20명이 모였다. 국어 한 과목만 50명으로 합숙소에 몇 백 명이 계신다. 영어 듣기 녹음하는 외국인분도 계신다. 그리고 저희 생활을 챙겨주는 분들도 함께 감금된다. 일정한 곳에 갇혀서 출제를 하기 때문에 가둬두는 역할을 해주시는 보안요원도 계신다"라고 밝혔다.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차단된 채, 합숙소 생활을 보낸다고. 강상희 대표는 "합숙소에 한 번 들어가면 한 발자국도 못 나온다. 숙소 주변에 펜스를 설치한다. 울타리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 그 안에 작은 병원도 있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도 함께하신다"라고 전했다.
다만, "직계 가족 사망시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보안요원과 동행한다. 상중에 다 있지도 못하고 최소한의 일만 하고 복귀해야 한다.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경우엔 의료진이 성함을 물으면 보안요원이 대신 이름을 말할 수 없다고 알린다. 혹시 모를 조금의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세호는 "출제 위원분들이 합숙소 운동장에서 족구를 하다가 펜스 밖으로 공이 나갔는데 보안요원이 그 공을 찢어버렸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강상희 대표는 "제가 그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보안의 엄격함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다 차단한다"라며 "보안요원이 쓰레기도 확인한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비닐장갑을 끼고 확인한다. 생활 쓰레기는 수능 종료 후 일괄 처리한다"라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또한 그는 "인터넷 검색은 내부 검색실에서만 할 수 있다. 보안요원한테 사전에 기록을 남기고 검색해야 한다. 만에 하나 혹시 모를 해킹에 대비해 가령 A를 검색하려 한다면 A부터 F까지 검색한다. 무엇을 검색한지 알 수 없게 하는 것도 지침이다"라면서 "저는 이런 적도 있었다. 어떤 단어가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었는데 어느 교수님의 연구실에 해당 정보가 담긴 책이 있다고 하여 한 권을 가져와야 했던 적이 있었다. 한 권을 1분 보려고 그 교수님 연구실에 있는 책을 거의 다 가져왔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통화 자체가 불가능한데 피치 못할 경우 소수 가족에게 비상 연락처를 알려준다. 본인이 직접 통화는 못하고 담당 요원이 대리 통화한다. 당시 신혼인 출제 위원이 있었는데 보안요원을 통해 사랑 고백을 주고받은 분도 있었다. 금지어도 존재한다. 숫자는 말할 수 없다. 암호화해서 전달할 수 있기에, 집에서 중요한 통장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연락이 왔는데 끝내 전하지 못한 출제 위원도 있었다"라고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강상희 대표는 "외부와 차단됐다고 해서 외부 소식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TV를 볼 수 있고 신문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걸 매일 확인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 출제 기간 동안에 주식이 계속 떨어지는데 처리를 할 수가 없어서 마음고생을 크게 하시는 분도 있었다"라고 웃픈 사연도 공개했다.
반입 가능 물품은 무엇일까. 그는 "스피커, 색소폰 등을 가져오는 분이 있었다. 시험지 인쇄 후 전국에 배포하기까지 약 보름 정도 기간이 있는데 출제에서 해방됐으니 그때 여러 가지를 하신다. 탁구도 치고 했었다. 어떤 분은 사교춤이 취미라서 출제 위원들을 대상으로 사교춤 교습도 하셨다. 색소폰 미니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어 과목 위원 중엔 북을 가져오신 분도 있었다. 그런데 북소리가 치는 횟수나 장단 때문에 외부에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해서 보안요원에게 제재를 받고 압수를 당했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현재는 규정이 바뀌어 모두 반입 불가하다.
이 같은 이야기에 유재석은 "수능 출제 위원님을 실제로 만난 적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다"라고 반응했고, 강상희 대표는 "어떤 일인지 잘 알았다면 처음 제안받았을 때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태어나서 가장 큰 고생을 했다. 너무 힘들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워서 일하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대단히 민감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로했다. 수험생 입장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수험생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만들도록 하다 보니까 새벽이 되고, 전문가분들이 모였긴 하지만 완벽한 문제를 만들려면 치열한 논쟁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 상하는 분도 있어 냉랭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 다음날 식사하러 가셔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시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꼬박꼬박 먹었다"라고 밝혔다.
강상희 대표는 "난이도 조절, 동시에 변별력을 갖춰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야 하는데 굉장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이도는 신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수능 만점자'가 나왔을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는 "출제 후에 다시 풀어보면 저희가 출제한 건데도 기억이 안 나서 몇 문제씩 틀리는데, 만점을 받는 수험생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이면서 동시에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약간의 행운도 따랐을 거라 본다"라고 답했다.
감금 생활을 끝내고 퇴소할 당시를 떠올리기도. 강상희 대표는 "수능 마지막 교시가 시작되어야 퇴소할 수 있는데 퇴소 날 보면 아침부터 나가서 기다리는 분이 계신다. 그런다고 일찍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줄을 서 계신다"라고 전해 폭소를 안겼다. 이어 "저는 퇴소하기 2, 3일 전쯤부터 걱정이 들더라. 나가면 보고 싶은 사람도 많지만 할 일도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느냐"라는 궁금증엔 "일단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가장 크다"라면서 "과하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수준에서 보상이 된다.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을 때도 있기는 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강상희 대표는 올해 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다른 해보다 더 많은 몸 고생, 마음고생을 했으리라 본다. 정말 수고 많았다. 한고비 넘었으니 그 고비에서 얻은 성취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길 하는 바람이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류승연 씨는 고군분투 끝에 이룬 승무원의 꿈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1년 만에 취업 준비생으로 돌아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는 "객실 승무원이었는데 코로나19로 권고사직을 받았다. 해고당했다"라며 "2019년도 2월에 500대 1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비행을 한 1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라고 해고 통지를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10월 초에 해고를 당한 이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공채 뜨는 걸 지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2월쯤 비행이 하나씩 취소가 되기 시작했다. 저희 항공사에서 가장 긴 노선이 방콕 비행인데 당시엔 제 입장에선 좋아했었다. 선배들한테 방콕이 깨지고 국내선 됐다고 되게 좋아했었는데 계속 깨지니까 뭐지? 싶더라. 그러다 3월 말엔 공항 셧다운이 되어버렸다.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왜 나는 계속 쉬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든 건 저희가 7개월 넘게 월급을 못 받았다. 재정난이 가장 심했다"라고 토로했다.
류승연 씨는 "해고 통지를 받는 순간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게 코로나19 때문인가? 아니면 나인가? 싶었다. 동기들도 싹 해고를 당했다. 서로 위로도 못하고. 왜냐하면 그 7개월 동안 위로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게 더 싫었다.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그게 위로였다"라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복귀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회사에서 매각이 되고 잘되면 3년 안에 다시 부르겠다고 했었다. 그 약속을 믿으면서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87회 캡처]-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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