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업]김누리 "경쟁교육은 야만..'대입 폐지' 대통령 나와야"
'전교 1등' 의사 시위, 교육 대파탄 보여줘
개천에서 용? 기득권 공고화 제도로 타락
독일 교육 기준으로 보면 수능은 '학대'
교육개혁? "대입·SKY·등록금·특권학교 폐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누리 중앙대 교수
◇ 김종대> 올해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이 코로나로 등교 못하면서 학습 격차가 생기고 있다는 교육문제네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습 문제보다 오히려 학교에서 맺지 못하게 된 관계의 문제, 돌봄 부재의 문제가 컸습니다. 오늘 저희가 이분을 모셨습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의 한국 교육 어떻게 가야 될지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누리> 반갑습니다.
◇ 김종대> 한 해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 김누리> 다 마찬가지죠. 모두 다 아주 어려운 한 해를 보내셨을 텐데요. 저도 선생으로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니까 힘들더라고요.
◇ 김종대> 저도 선생님 강연하신 거나 책도 유심히 봤는데요. 코로나가 이런 질서 또는 어떤 체제, 우리 문화의 큰 변화의 요인으로 아주 임팩트 있게 작용한다고 보십니까?
◆ 김누리> 한편으로 굉장히 불편하고 우울감도 주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인식을 주는 그런 측면도 있다고 봐요. 코로나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회의하는 능력.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거. 이건 경고한 것이다, 이건 영원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온 것들이 대부분 지금 허물어지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닐까. 내 삶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게 저는 이런 회의의 정신. 의심의 정신 이것을 준 게 코로나의 가장 큰 그런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것이 저는 그것을 제 나름대로는 재난혁명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어떠한 이론이나 어떠한 글을 가지고 사람들을 각성시킬 수 없는데 이 재난이 우리에게 혁명적인 새로운 인식을 이제는 주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대> 반대론자들은 오히려 코로나가 과거로 더 돌아가고 있다. 민족주의 또 어떤 국가 간의 장벽 이런 것들로 인해서 오히려 더 퇴행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들도 많이 하는데요. 선생님 말씀하신 의심이라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의심일까요?
◆ 김누리> 지금 이 질서를 지배하는 거대한 구조. 그걸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될 텐데요. 이 자본주의는 항상 모든 재난을 자신의 세를 확장하거나 공고히 하는 데 이용해 왔죠. 그걸 이제 일반적으로 재난자본주의라고 하잖아요. 그러한 측면이 분명히 있죠. 과거에 사실은 우리가 겪었던 IMF 때, 그때는 일종의 경제적인 재난이었죠.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누리> 그 당시에 생긴 새로운 용어가 바로 비정규직 아닙니까?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누리> 그게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한국 사회를 이렇게까지 아주 처참한 상황으로 만들어놓은 것이고요. 저는 그 유사한 것을 최근에 만들어진 말, 뉴노멀이라는 말에서 그런 불온한 그런 낌새를 느낍니다.
◇ 김종대> 아니, 뉴노멀. 중립적인 용어 같은데 그런 불길함을 느끼신다고요? 뜻밖이네요.
◆ 김누리> 예. 이게 노멀이 되면 절대 안 되는 거죠. 이건 누가 뭐래도 '애브노멀(abnormal·비정상)'이고요. 누가 뭐래도 언노멀(unnormal)이고요. 이게 뉴노멀이 되면 안 되죠. 그런 의미에서 뉴노멀이라는 말 안에도, 말하자면 자본의 불온한 낌새를 저는 좀 느끼고 있습니다.
◇ 김종대> 교육에서도 그런 불온한 낌새가 있지 않느냐 이런 어떤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의사들 국시 거부한 사건, 또 n번방 사건. 무언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서 뜻밖에 벌어지는 당혹스러운 사건들이 있어요. 한국 교육이 어디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되는 건지 몹시 궁금합니다.
◆ 김누리> 저는 이제 그 부분은 불온한 낌새라고는 안 보고요. 한국 교육의 필연적인 불온한 현상이라고 보고요. 지금 한국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들을 양산한 교육이었고요. 그것이 그 교육을 가장 잘 내면화한 전교 1등들의 모습으로 구현된 거죠. 우리가 광화문에서 본 거죠. 사실은 저는 여러 번 그런 강연에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광화문에서 있었던 의사들의 데모라고 하는 것은 한국 교육이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대파탄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밝은 그런 아이들을 결국은 한국 교육이 키워냈다. 그것은 교육의 파탄을 의미한다 이런 거죠.
◇ 김종대> 파탄이다, 대파국이다, 이런 말씀까지 아주 비관적이라고 해야 될까요. 가혹한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교육의 어떤 최고 정점에는 저는 수능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 다른 건 다 연기되어도 코로나 때문에 제한이 돼도 수능은 아닙니다. 이건 불패신화예요. 그리고 성적으로 서열이 매겨집니다. 이런 수능, 계속 봐야 될까요. 앞으로 어떻게 유지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 김누리> 저는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정상적인 교육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그런데 대학 입시만 폐지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어떤 능력에 따라 사람을 서열화하고 점수로 매겨지는 이 사회 속에서 교육제도는 한 부분을 이루고 있거든요.
◆ 김누리> 그렇죠.
◇ 김종대> 그런데 과연 수능이 폐지가 되겠냐.
◆ 김누리> 그래서 그건 구조적인 문제죠,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고. 조금 사례를 가지고 말씀을 드리자면 독일의 경우는 교육개혁을 통해서 사회개혁을 한 케이스예요.
◇ 김종대> 그렇습니까? 우리가 아는 직관하고는 순서가 다르네요.
◆ 김누리> 그에 반해서 프랑스의 경우는 사회개혁을 통해서 교육개혁이 이루어진. 조금 독일과 프랑스를 그래서 많이 비교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는 독일의 사례가 흥미로운 것은 교육을 통해서 인간을 바꾸고 그 바뀐 인간이 사회를 바꾼 아주 흔치 않은 케이스예요.
◇ 김종대> 그러면 한국 교육과 독일 교육이 가장 어떻게 다른가. 무엇에서 차이 나는가를 좀 따져볼 필요가 있겠어요. 들려주시죠.
◆ 김누리>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경쟁의 문제입니다.
◇ 김종대> 경쟁이다.
◆ 김누리> 그러니까 한국 교육과 독일 교육은 다른 교육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과 독일 교육은 극단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두 교육이에요. 독일은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이러한 원리가 교육개혁의 근본 정신이었고요.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이렇게까지 경쟁교육을 굉장히 강하게 비판하는 정신 위에서 교육개혁이 이루어졌고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교육이 심한 나라입니다. 이렇게 경쟁교육이 심한 나라는 없어요.
◇ 김종대> 한때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제도를 막 칭찬하면서 미국의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낮다. 한국 봐라, 굉장히 뛰어나지 않느냐 이러면서 이야기할 때 저는 좀 어리둥절하더라고요.
◆ 김누리> 그건 대체로 한국교육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자주 합니다.
◇ 김종대> 그랬더니 미국 교육이 한국 교육과 비슷해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 김누리> 그게 아니고요. 미국 교육을 한국 교육이 따라가는 거죠.
◇ 김종대> 따라가는 것이다.
◆ 김누리> 그럼요. 이러한 경쟁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은 아시겠지만 사실상 최소한 객관적으로는 자유, 평등, 박애라고 하는 근대 시민사회의 정신을 주장을 하지만 실제로는 인종주의 사회라고 하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두 개의 이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이것을 실질적으로 이러한 이념 하에서도 백인 지배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그러한 어떠한 수단,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교육이죠. 교육을 통해서 경쟁시키고 그 안에서 엘리트 대학을 만들어서 거기를 들어가게 하고 그곳을 나온 자들이 사실상 사회를 지배하는 이런 류의 능력주의 질서를 만들어놓은 거죠.
다시 말하면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그러한 말하자면 거대한 백인 지배를 공고히 하고 영속화하는 사회적 제도죠. 그것을 우리가 그대로 지금 받아들여서 쓰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도 이런 경쟁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미덕.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이러한 미덕이 사라진 지 오래됐죠. 지금 뭐.
◇ 김종대> 세습된다고 합니다, 요즘은.
◆ 김누리> 그러니까요. 지렁이도 안 나온다는 거 아니에요. 이미 한국에서도 한 20년 전부터 기득권 구조를 정당화하고 오히려 공고화하는 이러한 잘못된 제도로 타락했죠. 이러한 걸 반드시 바꿔야 됩니다.
◇ 김종대> 조금 단순하게 제가 도식화해 보자면 선생님 말씀이 경쟁은 악이고 협력이 선이다 하는 말씀처럼 들리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경쟁이라는 것은 이제 시장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한 거 아니냐. 그렇게 말씀하시는 교수님도 경쟁에서 자유롭겠냐 이렇게 또 대부분 사람들이 반문할 것 같아요.
◆ 김누리> 그렇죠. 경쟁이라고 하는 게 악이다, 이렇게 단순화시켜서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한국에서의 경쟁은 악입니다.
◇ 김종대> 그렇습니까?
◆ 김누리> 이것은 너무나 살인적인 경쟁이고요. 이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이미 그 징후들은 너무나 많이 보고 있죠. 전 세계에서 지금 18년째 자살률이 1위인 거 아시죠? 두 번만 지금 2위를 했고요. 특히 젊은 아이들 이러한 경쟁교육에 몰리고 취업 경쟁에 몰리고 하는 이 아이들의 자살률이 세계 평균의 3배 내지 4배로 계속 오고 있잖아요. 너무 끔찍한 이야기들이죠.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의 경쟁은 100% 악이죠. 이런 류의 경쟁은 유례가 없습니다.
◇ 김종대> 제가 4년 전에 광화문 촛불집회 때 나가면 밤 늦게 중고생들 집회가 이어지거든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대화도 나눠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학대받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입시 때까지 16년간 우리는 시달렸습니다. 그러니까 정유라를 보니까 부아가 치민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심하기는 심하구나.
◆ 김누리> 그러니까 학대라는 말이 사실상 지금 우리는 이 제도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안에 있기 때문에 사실은 문제 자체를 예리하게 느끼지를 못해요. 그런데 좀 떨어져서 보면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시험을 가지고 말씀드려 볼게요. 독일의 경우는 시험에 관련해서도 다 규정을 만들어놨습니다. 표본 규정을.
◇ 김종대> 어떤 규정이죠?
◆ 김누리>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에 한 과목 이상 볼 수 없다.
◇ 김종대> 그런 규정이 있습니까?
◆ 김누리> 일주일에 두 과목 이상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요하는 그러한 일이잖아요. 그렇게 규정을 해 놨어요. 그러니까 독일 아이들이 보기에는 우리 수능 시험 같은 거 있죠. 하루에 몇 과목을 봅니까?
◇ 김종대> 엄청 많아요.
◆ 김누리> 이런 것들은 그 사람들이 보면 이건 학대라고 봅니다. 이것은 엄청난 학대인 거죠. 그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그렇게 아주 집중적으로 강하게 드는 아주 집중적 학대행위라고 보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걸 못 느끼죠. 우리도 다 그 과정을 거쳐왔고.
◇ 김종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 김누리>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있다는 거죠. 한국 사회 문제는 단순한 착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착취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겠지만 한국 사회에 더 끔찍한 문제는 이게 문화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자기 착취하는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예요. 한국에서는 그 끔찍한 자기 착취를 '자기 계발'이라고 부릅니다.
◇ 김종대> 미화하는군요.
◆ 김누리> 그러니까요. 스스로 자기를 착취하지 않는 인간은 불안해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래서 끝없이 자기 착취하는 개인들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착취구조를 지금 한국형 착취구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종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좀 왜곡되는 것 같아요.
◆ 김누리> 그렇죠.
◇ 김종대> 얼마 전에 그 기사를 보니까 연세대 의대가 성적제도를 없앴더라고요. A, B, C, D, F, 이런 제도를 없애고 그냥 통과, 미통과 이렇게 해서 단순화시키고 성적은 아예 안 매긴다는 거예요. 이렇게 하니까 오히려 교육 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이렇게 해서 아주 놀라운 실험을 4년째 하셨는데 중앙대에서는 특히 교수님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학생을 평가하세요? 절대평가, 상대평가.
◆ 김누리> 평가라고 하는 것도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평가라고 하는 것도. 평가라고 하는 것도 학교에서 다 정해놓고 말하자면 교수가 하나의 말하자면 자율성을 가진 학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가져야 될 최소한의 권한 이것도 다 박탈당했어요. 지금 사실은 교수라고 부를 수가 없죠,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모든 행동을 다 얘들이 틀을 만들어놓고 말하자면 거의 지금 모든 대학이 다 상대평가 해서 몇 프로는 A, 몇 프로는 B, 몇 프로는 C 이렇게 주도록 이게 다 일종의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돼서 자율성의 영역이라는 게 거의 사라지는 이런 상황이 돼 있습니다.
◇ 김종대> 괴로우시겠어요.
◆ 김누리>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그래서 저는 제가 여러 번 다른 글에서도 썼어요. 한국 대학은 죽었다. 사실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아주 기이한 기관이에요.
◇ 김종대> 요즘이 성적 채점하는 시기거든요.
◆ 김누리> 그렇죠, 그렇죠.
◇ 김종대> 요즘이 제일 괴로우시겠어요. 이거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습니다. 독일은 일찍부터 아이들을 직업학교에 갈 학생과 대학에 갈 학생으로 나눠놓는데 이건 대학을 나오건 안 나오건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가능하게 해야 할까. 어떤 면에서는 조금 불공평해 보이기도 하고 인생이 갈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 김누리> 그러니까요. 우리의 맥락 안에서 보면 그건 전혀 다른 맥락 속에 있기 때문에 그건 설명이 좀 필요해요. 일단 독일은 초등학교가 4년인데요. 그 4년 동안 한 교사가 가르칩니다.
◇ 김종대> 그렇습니까?
◆ 김누리> 한 교사가. 그리고 매달 학부모 회의가 있어요, 매달. 그러니까 4년 동안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어떨 것 같아요?
◇ 김종대> 굉장히 긴밀하겠네요.
◆ 김누리> 그렇죠. 한 20명 정도의 아이들을 4년 동안 봅니다. 그리고 매달 학부모와 교사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가 생각하는 거와는 전혀 다른 관계예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누리> 그렇게 돼서 신뢰가 굉장히 공고하고요. 그리고 교사가 학부모에게 권하는 것을 거의 99%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게 우리랑 큰 차이고요. 그다음에 4학년 때 그렇게 갈리지만 그 이후에 이 아이들이 내가 저쪽으로 갈래 이렇게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게 열려 있습니다. 다 이 통로들이.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요. 그걸 뭐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그다음에 사실은 이 부분은 이제 문화 차이로 잘 생각을 못하는데요. 독일의 보통 많은 사람들 경우는 교사가 이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니까 김나지움, 인문계 고등학교 가서 대학에 가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게 우리와 큰 차이예요.
◇ 김종대> (웃음) 큰 차이가 아니라 뭐 완전히 반대.
◆ 김누리> (웃음) 정반대예요. 왜 안 좋아하겠어요.
◇ 김종대> 우리나라 같으면 이거 그러면 루저가 되라는 얘기냐 이렇게 받아들이고.
◆ 김누리> 그렇죠. 왜 안 좋아하느냐 하면 대학에 간다는 말은 학자나 예술가가 된다는 의미예요. 학자나 예술가. 즉 대학에 간다는 이야기는 그 이후의 인생이 대단히 불확실한 삶을 살 것이다, 이런 거예요. 학자나 예술가는 밥을 굶거든요.
◇ 김종대> 그렇죠.
◆ 김누리> 바로 그 생각을 부모들은 제일 먼저 해요. 대학에 간다고 하면. 그래서 이 아이가 조금 자유로운 대신에 상당히 생활은 불안하겠구나.
◇ 김종대> 그렇군요.
◆ 김누리> 그런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우리랑은 다릅니다. 우리는 이게 대학이라는 게 문화적 프레스티지를 주잖아요. 대학을 안 나오면 결혼하기도 힘들잖아요. 독일은 사실은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 김종대> 제가 그 국회에서 국방위원 할 때 전방을 가보면 전방 병사 중에 6명에 1명 꼴로 고졸이에요. 그런데 그 고졸 장병들이 가장 신경쓰입니다. 기를 못 펴요.
◆ 김누리>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러니까요.
◇ 김종대> 거기에다 부사관들이 고졸이 많고 병사들이 오히려 학벌이 더 좋거든요. 그래서 병영이 통제가 안 되고 관리가 안 되고.
◆ 김누리> 그래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맥락을 다시 말씀드리면 제가 독일에서는 경쟁시키지 않는다 그랬죠.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이렇게 하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안 시켜요. 등수나 성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뜻하는 게 뭐겠어요. 열등감을 가진 아이가 없어요. 무슨 비교를 해야 열등감을 갖죠.
◇ 김종대> 그렇죠.
◆ 김누리> 또 우월감을 가진 아이도 없어요. 당연히 우월감을 가진 아이도 없겠죠. 그러니까 정말로 이미 문화적으로 아이들이 평등해요. 그게 너무 부러운 겁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완전히 한편에서는 너무나 오만한 아이들을 길러오고 있고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나 모멸감을 깊이 내면화한 아이들을 기르고 있죠. 그게 한국 교육의 저는 또 다른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결국 지금 말씀하시는 문제점들은 정치의 문제와 또 이렇게 등치시켜서 볼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치도 그와 비슷한 점에서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 김누리> 물론이죠, 물론이죠. 지금 한국 정치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잘못된 정치가 있죠. 지금 한국 정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민주화도 잘하고 정권교체도 몇 번 했고 이쯤되면 한국 정치가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그러한 기능을 해야 되는데 실제로 그렇지 못한 거죠. 왜 그렇겠어요.
◇ 김종대>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키려고...
◆ 김누리> 그렇죠. 그것은 이제 많은 국민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너무나 이상하다 생각하는데요.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은 아주 간단해요, 원인은. 한국은 제가 아는 한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지형을 가지고 있는 나라예요. 그래서 이렇게 된 겁니다.
◇ 김종대> 보수적이라고.
◆ 김누리> 심지어 미국보다도 더합니다. 지금 어느 나라에서나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가 어디야 하면 미국이라고 다 얘기하잖아요. 일반적으로. 미국은 보수 양당제입니다. 민주당, 공화당, 다 보수당밖에 없어요. 미국은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때요? 보수 양당제 정도가 아니에요. 보수와 수구가 과두 지배하는 그런 나라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 같은 유형의 이렇게 보수적인 정치 지형을 가진 나라가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최근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이러한 진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죠. 지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든가.
◇ 김종대> 맞습니다.
◆ 김누리>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런 것들이 다 한국의 잘못된, 왜곡된 정치지형이 우리에게 얼마나 파국적인 현실을 주고 있는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대> 결국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더 가혹한 현실을 강요하는 이런 정치로 가고 있다는 말씀처럼 들려집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저는 교수님 말씀이 이론적이나 이상적으로는 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워낙 보수주의적인 문화와 체제에 익숙한 우리가 과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느냐,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교육개혁에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또 교육개혁은 가능할까요?
◆ 김누리> 저는 그런 회의주의. 이런 데 대해서 저도 이것이 아주 가능하다고 굉장히 희망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놀라는 것은 최근에 아무튼 제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된다 하면서 제가 네 가지를 없애야 된다고 계속 주장을 했거든요. 그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첫 번째 대학 입학시험 없애야 된다. 두 번째 소위 스카이를 정점으로 한 엘리트 대학 시스템을 없애야 된다. 세 번째 대학등록금 없애야 된다. 네 번째 고등학교 특권 학교 없애야 된다. 이 얘기가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사실은 놀라운 그러한 너무나 이상적인 그러한 이야기로 들렸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한 5~6개월을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토론의 대상이 됐어요.
◇ 김종대> 토론의 대상이 됐다.
◆ 김누리> 그러니까 너무나 이제 처음에는 그게 될까라고 하는 이런 회의적인 그러한 시선들이 많았는데 지금 벌써 한 몇 달 사이에 얼마든지 여기에 대해서 토론해 볼 수 있는. 말하자면 공론장의 시민권을 얻은 그러한 이야기가 됐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것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어떤 단초는 지금 충분히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요즘 방송이나 초청 강연을 많이 하시는 것만 봐도 그 느낌이 저도 전달이 됩니다. 어쨌든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마지막으로 하나만 강조해 주십시오.
◆ 김누리> 지금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저는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현실적인 해법은 내후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선거에서 대학입시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그러한 후보가 반드시 나올 거라고 보고요. 저는 그러한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도록 우리 교육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그러한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후원해서 이제는 우리가 이전에 있었던 그런 대통령들, 말하자면 김대중 정부 때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었고요. 노무현 정부 때는 지역갈등을, 지역주의를 없애는 게 시대정신이었고요. 지금 이제 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말하자면 권력기관들을 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보고 있잖아요. 다음 대통령은 사회개혁입니다.
◇ 김종대> 사회개혁이다.
◆ 김누리> 그리고 사회개혁의 핵심은 교육개혁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그리고 다음 번에는 교육 대통령을 우리가 세움으로써 한국 사회 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교수님하고 말씀 나누다 보니까 무언가 분명히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계시는구나. 그걸 바탕으로 우리 현실을 비판하는구나 저는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변화에 대한 확신, 신념, 이런 부분이 단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김누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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