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식 전북 감독 "홍명보 쌤과의 대결, 나도 동기부여가 크다"

임성일 기자 2020. 12. 3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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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김두현 좋은 코치와 함께 하게 돼 뿌듯해"
"손준호 이적 받아들여야..또 다른 스타 나올 것"
K리그 4연패에 빛나는 전북현대의 신임 사령탑 김상식 감독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경상도 사나이' 김상식(44) 전북현대 감독은 30일 오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연말을 보내기 위해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가고 있다"며 밝은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해까지는 코치로 고향 가는 길이었지만 올해는 사령탑으로 신분이 달라졌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라는 말에 그는 "기쁘고 행복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다. 작년까지는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전주(전북현대 연고지)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는데 올해는 다르다"면서 "어떻게 하면 멋지고 좋은 축구를 펼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내년 구상에 바쁘다"며 웃었다.

2020시즌 모라이스 감독과 K리그 4연패 대업을 완성한 전북의 다음 선택은 김상식 코치의 승격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2009년 선수로 입단해 전북과 연을 맺은 김 감독은 은퇴 후 코치로 곧바로 합류해 또 숱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왕조 전북'을 세운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전북 역사상 첫 '선수 출신 감독'이라는 이정표까지 세웠다.

지난 23일 취임식에서 김 감독은 "전북현대라는 큰 클럽의 감독을 맡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면서 "리그 4연패를 달성한 뒤 취임하는 것이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과 팬들을 믿고 부담을 자신감으로 바꾸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팬들이 좋아하는 흥겹고 재밌고 화끈한 축구를 펼치겠다. 내년 목표는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이라고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취임 후 열흘 가량 시간이 지나는 동안 김 감독은 우선 스쿼드를 '정리'하는 것에 힘든 에너지를 쏟았다. 앞선 시즌이 끝나고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감독들을 가장 괴롭히는 작업인데, 아무래도 김 감독은 더 마음이 편치 않다.

김상식 감독은 "참 어렵다. 밖에서는 우리 팀에 노장들이 많다고 지적하는데, 몫을 잘 하고 있는데도 불가피하게 정리해야하는 선수들이 있다. 미래를 위해 쇄신도 해야 하니 받아들여야할 조언이기도 하나 결정을 내릴 땐 어렵다"면서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10년 함께 한 선수들도 있다. 다 친동생 같은 선수들인데 쉽지 않다. 코치 때는 어시스트를 해야 하는데 이제 결정을 내려야하니 그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이운재 골키퍼 코치(오른쪽)와 김두현 수석코치가 김 감독을 보좌한다.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외로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감독은 그래서 보필하는 코치진이 중요한 법인데, 김상식 감독은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했던 K리그 명미드필더 출신 김두현 수석코치가 가세했고 골키퍼 지도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이운재 코치가 맡는다.

김상식 감독은 "김두현 코치는 올해까지 내가 했던 역할(수석코치)을 맡게 된다. 2021년 우리 모토가 '화공(화끈하고 화려한 공격)'이다.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김두현 코치가 선수시절 보여줬던 능력이 도움될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 팀에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으니 잘 지도해줄 것"이라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이운재 코치는 2002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보았듯이 승부차기에 능하다. 전북이 다 좋은데 승부차기가 약하다"며 농을 섞어 말한 뒤 "한국 최고의 골키퍼였지 않은가. 말이 필요 없다. 기존 코치가 잘해줬기에 고민이 됐지만 송범근을 비롯해 우리 골키퍼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영입했다. 좋은 코치 두 분을 모실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플러스 요인도 있으나 아쉬운 마이너스도 있다. 전북 중원의 핵심이었고 2020시즌 K리그 MVP에 빛나는 손준호가 팀을 떠난다. 중국 산둥 루넝이 행선지고 조만간 공식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적잖은 손실이다.

김 감독은 "준호가 찾아와 이제 막 시작하시는데 팀을 떠나 미안하다고 하더라. 작년 올해 잘해줘 그에 따른 보상의 대가가 온 것인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와 전북을 위해 남아 달라 할 수는 없었다. 잘 돼서 나가는 것이니 어깨 두드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고 보내주고 싶겠는가. 많이 아깝고 많이 잡고 싶었다"고 식사마다운 입담을 과시한 뒤 "한 선수 빠진다고 무너지는 전북이 아니다. 스타가 빠지면 또 다른 스타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줄 것이다. 또 구단과 코치들과 함께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을 맡게 돼 부담도 되지만 김상식 감독은 '전북의 감독'이라면 극복해야할 일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북 제공) © 뉴스1

2020시즌 전북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K리그 5연패는 물론 ACL도 바라봐야한다. 김상식 감독도 취임식 때 "전북현대의 감독이라면 누가 지휘봉을 잡더라도 K리그와 ACL, FA컵까지 출전하는 3개 대회 모두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해야한다"며 각오된 일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평범한 시즌이라도 쉽지 않을 지향점이지만 2021년에는 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벌써 2년 동안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울산현대도 '기필코'라는 자세로 내년을 노리고 있다. 그를 위해 레전드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는데, 커리어 처음으로 K리그 사령탑이 된 홍 감독도 울산도 배수진의 자세다. 김상식 감독의 전북이 정상을 수성하려면 그 도전을 이겨 내야한다.

김상식 감독은 "홍명보 감독님은 평소 홍 쌤(선생님), 명보 형이라 부르는 좋아하면서 또 존경하는 선배"라면서 "전북과 울산이 내년 개막전부터 맞붙는데 많이 고민해서 작전을 잘 세워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홍 쌤과 대결할 수 있어 영광이면서 동시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시즌을 치르며 조언도 구하고 할 참"이라고 존중의 뜻을 드러내면서도 "나도 부담되지만, 그래도 부담은 홍 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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