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윤석열..문재인 대통령의 '윈윈' 전략?
"레임덕 걱정할 필요 없는 교묘한 정치지형 구축"
‘문재인의 운명’은 일생의 동지이자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책이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책이 대박 나면서 문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했고 대권을 얻었다. 그리곤 노무현의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장 공들인 ‘검찰 개혁’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괘씸하기 짝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이 뜬 8할의 공은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있다. 묘한 것은 지지율 1위의 윤 총장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윈윈 관계’가 작용하고 있던 셈이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 24일까지다. 그런 만큼 문·윤 대결 구도에 따른 상부상조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윤 총장이 여권 빅2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서나가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황금분할 구도”라며 “참 운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이 지사 둘 중 하나가 확 치고 나가면 권력의 중심축이 문 대통령에게서 이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라며 “윤 총장이 선두를 달리면 두 사람 지지율을 끌어내려 권력 이동의 싹을 자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이재명 대세론 형성을 본의 아니게 윤 총장이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 소장은 “여권 주자 중 누구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존재감이 고만고만한 현 상황을 문 대통령은 즐길 것”이라며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만 안 깨지면 다시 회복될 수 있으니 레임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묘한 정치지형이 구축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레임덕 위기를 줄이면서 국정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이 지사로선 문 대통령 눈치를 보며 끌려다니는 처지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싸움의 판과 강도가 세졌다. 강성 친문들이 “우리 이니 지키자”고 결집하면서 윤석열 타도 열기 타오르고 있다. 문·윤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이 대표와 달리 그동안 침묵하던 이 지사가 요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친문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행보로 보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시대적 소명인 촛불혁명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반민주주의 세력의 반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엔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부정부패와 불의를 도려내는 데 쓰여야 할 칼이 인권과 민주 질서를 파괴하는 흉기가 됐다”며 검찰을 성토했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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