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요양병원 참사,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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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7개 요양병원에서 나온 환자수만 28일 0시 기준 1,451명에 달한다.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코호트 격리 대신 1인실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확진자를 신속히 후송하고 전수 검사 등 다른 예방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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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한 명의 간병인이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했는데, 다음날 아침 확진 판정이 났다. 즉각 병원 전체에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발동됐다. 밤 근무를 하고 미처 퇴근을 못한 간호사, 낮 근무를 위해 출근한 간호사 모두 병원에 갇혔다.
병원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확진 판정을 받는 것뿐이었다. 총 110명(환자 41명, 보호자·간병인 50명, 직원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을 나갔다. 남겨진 사람은 94명(환자 33명,보호자·간병인 26명,직원 35명). 다행히 14일 동안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27일 만에 코호트 격리 조치가 해제됐다.
짐작하듯 어느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의료기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진다. 이번 달에만 요양병원 17곳이 코호트 격리됐다. 17개 요양병원에서 나온 환자수만 28일 0시 기준 1,451명에 달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사례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달이 아니라 10월에, 경기 광주시에 있는 SRC요양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라서다. 굳이 두 달 전 사례를 꺼낸 이유가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요양병원 참사'의 예고편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갇혔던 SRC 의료진들은 당시를 "생지옥이었다"고 회상한다. 요양병원엔 고령이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치매를 앓는 환자들이 많다. 일대 일 간병이 필수적인데,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가 없어 혼자 남게 된 환자가 속출했다. 간호사 4명이서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며 47명의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 격리가 길어지자 뇌 손상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의료진들은 코호트 격리가 도리어 화를 불렀다고 봤다. "6인실 이상이 대부분이라 확진자가 나와도 1인 1실로 격리를 할 수가 없었다. 외부 감염은 막을 지 몰라도 안에 갇힌 사람들은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게 무슨 격리인가 싶었다." 석주연 SRC요양병원 간호사의 말이다.
격리가 해제되자 의료진들은 보건의료노조 등을 통해 코호트 격리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코호트 격리 대신 1인실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확진자를 신속히 후송하고 전수 검사 등 다른 예방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병원 시설의 돌봄 인력들에게 감염병 관련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참혹하다. 28일 하루 동안 집계된 사망자 40명 중 28명이 요양병원 관련자다.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 요양병원에선 확진자 166명 가운데 38명이 사망했다. 그중 27명은 병상을 기다리다 숨졌다.
전문가들은 코호트 격리는 일종의 궁여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기치 않게 감염병이 발생해 외부로 환자를 옮길 시설을 갖추지 못했을 때 불가피하게 택해야 할 수단이라는 것이다. 2~3월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12월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해 죽는 사람이 속출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언제까지 감염병 탓만 할 것인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막지 못한 사고는 인재(人災)다. 갇힌 환자와 의료진들이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는 이유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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