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2020년 동학개미, 2021년엔..

박재범 증권부장 2020. 12. 3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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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주식시장의 키워드는 ‘동학 개미’다. 지난 3월 폭락의 공포를 과감히 지웠다. 개인은 3월 한달간 코스피에서 11조1000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외국인이 내다판 12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그대로 받았다. ‘동학개미운동’이란 명칭이 붙게 된 출발점이다.

1400선까지 빠졌던 지수를 2배 가까이 끌어 올린 것은 전적으로 ‘동학 개미’의 힘이다. 올해 개인의 순매수 규모(코스피+코스닥)는 64조원을 웃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연초 30조원 규모에서 60조원대로 급증했다. 올해 신규 개설된 주식계좌만 560만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과거의 ‘묻지마 투자’ 광풍은 아니다. 모르는 종목 대신 생활 속 경험한 종목을 택한다. 저가에 코스피 우량주를 매수해 상승장에 팔아치워 수익을 낸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 해외주식도 낯설지 않다. 폰 안에선 삼성전자나 애플이나 생활 속 익숙한 종목일 뿐이다.

시장 버팀목 이미지였던 동학 개미는 한 단계 진화한 ‘스마트 개미’가 됐다. 스마트 개미는 소극적 저항이 아닌 적극적 행동으로 나선다. 정부 정책을 압박한다. 공매도 금지는 6개월 연장됐다. 금융투자세제 비과세 한도는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원 유지까지 동학개미는 3연승을 거뒀다.

정부는 이제 개미 지원 방안을 먼저 검토한다. 공모주 제도 개선, 신용융자 금리 인하, 장기투자 세액공제…. ‘기승전-개미’다. 증시를 받쳐준 데 대한 감사 선물이다.

#동학 개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개미 혼자 살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자본시장 정책의 역사는 수요 기반 확충의 과정이다. 개인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의식 속 기관 육성 방안이 나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지만 ‘개인 축소·기관 육성’을 위해선 의도적으로 기울기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20년의 노력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회귀했다. 개인 비중은 더 높아졌다. 올해 코스피에서 개인의 거래대금(12월24일 기준)은 1947조원으로 전체 거래대금(2959조원)의 65.8%를 차지한다. 2018년 51%, 지난해 47.5%와 비교하면 급증이다.

외국인은 2018년 27.1%, 2019년 28.4%에서 올해 16.4%로 줄었다. 지난해 23%를 차지했던 기관 비중은 16.9%다. 코스닥에서 개인 비중은 88.4%에 달한다. 물론 동학 개미 활약의 결과다.

다만 수요 기반 측면에서 바람직한 구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코스피 지수 2800까지 풍부한 유동성 속 개미가 끌어왔다지만 그 다음 수요가 존재하는지 말이다.

그간 외국인의 공매도,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 등을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꼽아왔는데 이젠 시장의 70%를 차지한 개미가 지수 하단의 버팀목이 아닌 상단의 유리 천장이 될 수 있다.

#쏠림은 부작용을 낳는다. 동학 개미 지원책은 결국 수요 기반 확충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물량을 받아줄 수요 주체가 있어야 시장이 돌아간다.

2000년 이전까지 이 역할을 한 게 연·기금이었다. 이젠 ‘큰 손’ 국민연금도 숨이 턱에 닿았다. 780조원 자산 중 144조원(18%)을 국내 주식으로 들고 있다. 상장기업의 평균 7% 정도의 지분을 보유했을 정도다.

그래서 기관 육성이 필요한 데 금융당국의 행보는 정반대다. 기관의 투자를 막는다. 대표적인 게 보험사의 주식투자 규제다. 보험사가 주식 투자를 하면 최고의 신용위험계수를 적용받아서 투자금액의 8%를 별도로 쌓아야 한다.

주식 투자는 위험하니 건전성 차원에서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논리다. 현장에선 사실상 주식투자를 하진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과연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 주식이 그 정도로 위험한걸까. 신용융자 금리를 낮춰주면서 개인의 주식 투자를 응원하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다.

게다가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이 위험계수를 ‘당근’으로 내밀며 보험사 투자를 동원한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판 뉴딜’ 관련 투자 때 위험 계수를 낮춰주겠다는 게 좋은 예다. 건전성 감독도 삼성전자 주식보다 뉴딜이 덜 위험하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하면 그걸로 끝이다. 자원 배분을 정부 편의대로 할 뿐 자본시장 기본에 대한 고민은 없다.

보험사 자산 규모는 1300조원로 국민연금의 2배에 가깝다. 5%만 해도 올해 동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를 커버한다. 2021년 주가 3000시대는 수요 기반 확충 없이 불가능하다. 개미를 살리는 길, 시장을 키우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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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증권부장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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