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文 지키려 수사 막겠다”… 대통령은 민망하지도 않은가

김창균 논설주간 2020. 12. 3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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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징계 법원서 막히자
尹 탄핵, 공수처, 수사권 박탈
하나같이 대통령 수사 차단용
“내 죄 감추는 것처럼 보인다”
호통쳐서 말릴 생각은 않고
침묵 속 방조로 독려하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선창하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재청’,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삼청’을 외쳤다. 친문 진영이 집단으로 앓고 있는 ‘정신 출타 증후군’ 확진자 중에서도 중증인 삼인방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해 달라”며 엄선한 징계위원들이 억지로 짜낸 ‘형량’이 고작 정직 2개월이었다. 법원은 그마저도 “감이 안 된다”며 퇴짜를 놓았다. 그런 마당에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동의하겠나. 기각될 게 뻔하다. 그래도 상관없단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하면 윤 총장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 해임 효과가 있다는 거다. 탄핵 절차의 전반부를 직무 정지 용도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헌법 조항을 뗐다 붙였다 가지고 노는 조립용 장난감 취급한다.

김두관, 최강욱, 황운하 의원

더욱 황당한 게 윤석열 탄핵을 사흘 연속 주장한 김두관 의원이 내건 명분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윤 총장과 검사들이 대통령 시해를 모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면 대통령이 다치게 된다는 거다.

친문들은 “윤석열이 검찰 개혁 저지를 위해 권력 주변을 뒤진다”고 한다. 그 음모론이 맞는다고 치자. 대통령 처신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무슨 재주로 없는 죄를 꾸며내겠나. 대통령 하명을 받들겠다고 맹세한 김명수 법원이 그런 조작에 맞장구쳐줄 리도 없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검찰총장을 탄핵한다는 건 대통령에게 죄가 있으니 그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검찰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말밖에 안 된다.

법원이 윤석열 징계를 기각한 다음 날 청와대 게시판에는 ’174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문자 메시지 수천 통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탄핵안을 실제 국회 표결에 부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집권당 174명 개개인의 정신 출타 여부를 검증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지 않겠나.

다른 여당 사람들은 “현실성도 실익도 없다”며 탄핵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탄핵과 똑같은 효과를 낼 대체재를 찾고 있다.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 거부권을 삭제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마자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서둘러 마쳤다. 검찰 직접 수사권을 빼앗는 방안도 밀어붙인다. 그게 검찰 개혁 2.0이란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권력 수사를 막는 묘수들이다.

올 한 해 국민 눈을 어지럽힌 추미애 장관의 광무(狂舞)도 마찬가지 목적이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감찰 무마, 옵티머스·라임 사기, 윤미향 의원 위안부 기부금 횡령 의혹 수사 라인을 공중으로 날려버린 몇 차례의 학살 인사, 70년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검찰총장 지휘권의 세 차례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한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이르기까지.

정권 전체가 나라의 명운이라도 걸린 양 검찰과 멱살잡이를 벌이고 있다.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하기 위해 산자부 공무원들이 경제성을 조작하고,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그들의 혐의 뒤에서 어른거리는 대통령 그림자를 들추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대통령은 법을 어겨도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되나.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4년 전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국민들의 외침이었다. 입만 열면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랑하는 정권 사람들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불법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무슨 염치로 내뱉나.

윤 총장 징계가 무산되자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자신이 임명장을 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집권당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2차, 3차 방어선을 치는 일을 남의 일인 양 모르는 척한다. 심지어 “공수처가 내년 1월에 출범하기를 바란다”며 부추기기까지 한다.

2개월 정직 사유도 꼽을 수 없는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면 대통령은 민망하고 면구스러워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며 역정을 내야 한다. “국민들이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어서 감추려고 하는 줄 알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쳐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러질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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