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나 과자 주셔요. 우리 아빠 취직했어요”

이진석 경제부장 2020. 12. 3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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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실업자 100만명 넘어
실직자와 가족들 아픔 커진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기업 옥죄는 법안만 늘어난다

‘언제나 옆눈으로 보고 다니던/ 과자 가게로 똑바로 달렸다./ “야아!” 누가 보는 듯이/ 가슴을 내밀고 달렸다/ “나 과자 주셔요. 우리 아빠 취직했어요.”/ 순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1973년에 나온 어떤 시집에 실린 ‘우리 아빠’라는 제목의 시다. 아빠가 출근하지 않고, 반찬 가짓수가 줄면서 가장의 실직을 눈치챈 어린 딸, 구멍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돌리던 어린 마음은 아빠가 취직 소식을 들고 온 날 곧장 가게로 달려갔던 모양이다. 이젠 아빠가 돈 벌어올 테니 과자 사 먹을 수 있다고. 그해 실업률은 3.9%였다. 아마 올해 실업률도 비슷할 것이다.

올해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달 실업자가 96만명으로 나왔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자로 치지 않는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235만이나 된다. 아예 일자리를 얻는 것을 포기해서 역시 실업자에서 제외하는 구직 단념자가 63만명이다.

실업률은 숫자지만, 실직자 가정의 고통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코로나가 직격탄이었지만, 코로나가 없던 지난해에도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청와대가 자랑했던 소득 주도 성장으로는 애당초 해결할 수 없었다.

정부는 근로 조건이 좋아졌다고 한다. 연간 노동시간이 사상 처음으로 2000시간 이하로 떨어졌고,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20%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말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 중에서 일자리에서 떨려나거나 입사조차 해보지 못한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지난해 100주년 기념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펴낸 ‘일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노동부에서 번역했다. 이렇게 시작한다. ‘일은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일자리가 없으면 우리는 삶을 꾸리고 버텨낼 수 없다.

이 정부 사람들이 독재자로 증오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넥타이 부대’와 ‘유니폼 부대’를 만들었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할 직장이 늘어나고, 유니폼을 차려입고 일할 수 있는 공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의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섰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해인 1962년 우리는 농업 국가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37%였다. 1970년에 우리 국민 3200만명 가운데 1400만명이 농업 인구였다. 박 대통령은 농업이 대본(大本)인 세상을 바꿨다. 지금 세상의 대본은 기업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업을 깎아내리고 옥죄는 법을 예사로 만든다. 코로나가 지나가도 그 법들은 남는다.

가는 해는 6·25전쟁이 끝나고 70년이 되는 해였다. 남과 북은 달라졌다. 지난해 북한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육류는 토끼 고기였다. 풀만 먹여도 키울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인공위성이 찍은 한반도의 밤 사진을 보면 휴전선 북쪽은 전깃불이 없어 캄캄하다. 환한 남쪽은 우리 기업들이 만들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가 다른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정부는 일자리 대신 세금 나눠주면서 대단한 선정(善政)을 베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하지만, 정부가 만들어주는 단기 일자리는 가짜다. 빈 강의실 전등 끄기가 일자리일 수는 없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정책을 공들여 만들고 내놓아야 한다. 3년 반 전에 출발하면서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이 있다고 자랑했던 정부다. 새해 소원이 취직인 사람들이 100만명은 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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