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코로나 구치소, 한국과 중국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2020. 12.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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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원제(가운데) 전 산둥성 교도소관리국 부국장이 지난 11월 4일 열린 재판에 출석한 모습. 왕 전 부국장은 지난 2월 지닝시 런청 교도소에서 발생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를 감독하지 못해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인민일보 캡처

30일까지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 확진자가 819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전체 수용자의 35%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다. 비슷한 일이 중국에서도 있었다.

지난 2월 21일 중국 산둥(山東)성 보건 당국은 지닝(濟寧)시 런청(任城) 교도소 수감자 200명과 직원 7명 등 207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대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1월 초 700여㎞ 떨어진 우한(武漢)에서 코로나가 확산하자 교도소는 1월 27일 ‘봉쇄식 근무’에 돌입했다. 출퇴근하는 직원이 바이러스를 교도소 담 안으로 가져올 위험이 있으니, 아예 교도소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방식이다. 2월 10일 교도소는 “방역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이미 교도소 안으로 퍼지고 있었다. 1월 22일 한 교도소 직원이 우한을 다녀온 사람과 함께 식사를 했다. 2월 초부터 약간의 기침 증상이 있었지만 상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2월 12일 병원을 찾았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직원의 동료 역시 코로나에 걸린 것이 확인됐다.

산둥성 당국은 2월 13일이 돼서야 교도소 직원과 수감자 등 2077명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관리 책임을 물어 교도소를 관할하는 산둥성 사법청장 등 8명을 해임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대규모 감염 사실이 공개된 당일인 2월 21일 사법 부문을 관할하는 중앙정법위원회 부(副)비서장을 조장으로 하고 검찰, 경찰, 사법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런청교도소로 급파했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히 봤다는 뜻이다.

3월 4일 관영 매체를 통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팀은 “(교도소라는) 환경의 민감성을 인식하지 못해 관리에 소홀했다”며 교도소의 늑장 보고, 감독 기관의 형식적 대처와 관료주의를 사태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닝시 검찰은 산둥성 교도소관리국 부국장, 런청교도소 소장과 부소장 등 5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보다 감염자가 적었던 다른 중국 교도소들도 책임자가 해임됐고 감독 부처가 조사를 받았다.

최근 중국 당국과 법조계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된 수감자가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본인이 죄를 짓긴 했지만 국가 권력에 의해 밀폐된 환경에 갇혔던 만큼 국가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양으로부터 ‘독재’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도 이 정도 책임 의식은 보여준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환자가 쏟아지자 법무부는 “전수조사를 건의했었다” “마스크를 지급하지 못한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내 책임이 아니란 소리다.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은 동부구치소를 찾아 30분간 직원들을 격려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후안무치라는 말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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