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장고와 惡手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0. 12.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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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8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강동윤 九단 / 黑 변상일 九단
<제9보>(114~131) 白 강동윤 九단 / 黑 변상일 九단

<제9보>(114~131)=변상일은 알아주는 속기(速棋)파, 강동윤은 손꼽히는 장고파다. 강동윤도 20대 초반까지는 ‘번개 손’으로 유명했었다. 기풍이 변하듯 시간 사용법도 바뀐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착점하는 습관은 바둑에서 뺄 수 없는 덕목이지만, 투입 시간량과 착점의 선악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장고 끝에 악수(惡手)’도 수없이 등장한다.

114에 대해 카타고·골락시·줴이 등 AI들은 ‘이구동성’으로 참고 1도를 추천했다. 1~6의 수순을 먼저 밟은 뒤 7에 붙여야 했다는 것. 118에 대해서도 잔소리(?)가 이어졌다. 고지식하게 그냥 이을 게 아니라 참고 2도 5까지 버텨야 중앙에 도움이 된다는 것. 9분 만에 놓인 119가 강수인데, 여기서 무려 33분 만에 120이란 완착이 놓였다.

120으론 124에 두고, 흑 ‘가’면 ‘나’에 씌워 충분했다. 결론을 못 내고 일단 방향을 튼 건데 ‘전장 이탈’의 대가는 혹독했다. 123에 끊긴 를 죽일 수는 없다. 130까지 흑이 중앙을 도배질할 때 백은 간신히 연결해갔지만, 131을 맞고 보니 하중앙을 비추던 숱한 백돌들이 갑자기 빛을 잃었다. ’33분 장고’의 죄과는 그토록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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