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vs 70년대생 기 싸움..'Ctrl+F'로 해결하라

조정진 2020. 12.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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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근 처세서 '70년대생이 운다-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를 향한 위로와 공감' 출간
박중근의 ‘70년대생이 운다’ 표지
연말을 맞아 많은 회사는 1970년대생 상사와 1990년대생 직원의 기 싸움이 한창이다. 인사고과 철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생은 부장·국장급으로 평가자 입장이고, 90년대생은 대리·과장·팀장 등 피평가자 입장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써낸 90년대생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며 평가자를 옥죈다. 지난한 세월을 거쳐 이제 막 평가자의 자리에 오른 70년대생 상사는 어떻게 평가할지 막막하다. 블라인드 뒤를 엿보니 이처럼 평가자인 70년대생 상사는 고뇌하고 있고, 피평가자인 90년대생은 ‘꼰대’라는 레드카드를 쥐고 기세등등하다.

20년 이상 몸 바쳐 회사 조직의 중추가 된 70년대생의 역할과 책임은 엄중하다. 리더로서 위아래를 모두 아우르며 조직을 이끌어야 하니, 한때 X세대 돌풍을 일으키며 사회에 나왔지만 상명하복식의 군대 문화 속에서 이 악물고 버텨 간신히 리더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 짬밥으로 줄 세우고 짓눌렀던 윗세대처럼 자신도 본의 아니게 꼰대가 된 건 아닌지 신경 쓰인다. 특히 90년대생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당찬 위세를 지녔기에 가만히 있어도 꼰대로 몰리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다.

자유분방한 소비생활을 즐겼던 오렌지족이 등장했을 정도로 70년대생은 개인주의 문화가 시작된 세대다. 하지만 한창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에 환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파고를 정통으로 맞아 조직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안정된 수입으로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삶이 목표가 된 그들은 30분 일찍 출근하고, 매사 상사의 눈치를 보며 직장생활을 했다.

반면, 90년대생은 디지털 기술의 축복을 받으며 디지털 원주민으로 자랐다. SNS로 친구를 사귀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게 일상이다. 그들은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고 오후 6시에 칼퇴근 하길 좋아한다. 회사나 상사에 충성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경제적인 것보다는 자기 삶의 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팀장은 야근하고 막내는 칼퇴근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박중근 캠프코리아 대표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세대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지혜와 연륜이 짧은 소위 ‘요즘 것’들에게 마냥 휘둘렸다간 조직의 앞날이 걱정된다. 누구나 회사에 일하러 나오지 싸우러 나오는 게 아니다. 직장 내 세대 갈등은 얽히고설켜 점입가경이지만, 어쨌든 모두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공동운명체이기에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의 고뇌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꼰대 소리 듣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이런 90년대생을 이끌 수 있을까?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하다 지금은 교육지식벤처 캠프코리아를 창업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박중근(51) 대표는 신간 ‘70년대생이 운다-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를 향한 위로와 공감’(EBS BOOKS)에서 70년대생 상사와 90년대생 직원이 업무 현장에서 부딪치며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를 토대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각 세대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직을 위해 합심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지, 리더가 리더로서 잃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또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책은 70년대생 리더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면서 냉철한 해법까지 제시한다.

70년대생 리더는 원체 평가받기도 평가하기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90년대생은 워낙 어릴 적부터 정량적, 정성적 평가 모두에 익숙한 세대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수시평가처럼 좀 더 유연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를 권한다. 90년대생과 70년대생 사이 넘지 못할 산은 없고, 서로 충분히 성장의 동력이 돼줄 수 있다고 저자는 믿는다.

저자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을 C(소통), T(신뢰), R(공정), L(경청), F(조언)로 나누고, 다시 한데 묶어 리더십 찾기 단축키 ‘Ctrl+F’를 제시한다.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원칙이자, 꼰대인지 리더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핫팁이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이미 알면서도 놓치고 시간이 없다며 뒤로 미룬 문제들이다.

저자는 “조직의 리더가 문제를 회피하고 방치할 때 조직은 쇠약해지고 결국 모든 조직의 주체들에게 손해로 돌아간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리더가 리더의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세대 특성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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