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문준용과 싸가지
[경향신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자 미디어아트 작가인 문준용씨가 개인전을 열자 야권을 중심으로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사업에 지원해 받은 1400만원을 전시에 사용했다며 트집을 잡았다.
차가운 골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코로나19 긴급 예술지원금은 생활이 어려운 예술인들의 긴급 생활을 돕기 위한 자금이니 반환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로 예술 활동이 정지된 작가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지 가난이나 생계 곤란으로 인한 지원과는 무관했다. 누구든 예술성과 적정성, 사업 수행역량, 실행능력 등의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시대 피해 예술가로 합당하다면 선정될 수 있는 것이었다. 비판하는 이들이 근거로 삼은 생계자금 형태의 지원금은 정부 산하 기관을 비롯한 각 문화재단 등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영세 미술인들을 위해 대통령의 아들은 예술지원 사업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한 미술인들의 반응은 “뭐가 문제냐”였다. 절차상의 하자가 없는 한 ‘예술인 문준용’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 작가를 힐난한 정치인들은 예술지원 생태를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어떤 정치적 의도 아래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에 불과했다.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돌아갈 몫 운운하며 ‘도둑놈’과 같은 극언까지 동원해 공세를 퍼부은 것 역시 정략적 전략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몇몇 국회의원들은 ‘몰염치’ ‘싸가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핏대를 세웠다. 문 작가의 반박이 이어지자 극에 달했다. 30대 작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꼬박꼬박 대꾸(?)한 것이 스스로 대단하신 분들의 입장에선 불쾌했던 것 같다.
몰염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다. 부정적 의미에서의 ‘싸가지’는 흔히 버릇이 없거나 예의 없을 때 사용된다. 그런데 하는 일 없이 또 오른 국회의원 내년 수당에, 구속돼도 월 약 1000만원을 받는 자들의 입에서 나올 단어는 아니지 싶다.
생존의 벼랑에 서 있는 코로나 시국의 서민들과는 달리 몇 달간 놀아도 세비 꼬박꼬박 들어오고, 본연의 직무인 입법 활동과 국회 참석만으로도 수당을 받을 만큼 제 밥그릇 알뜰히 챙겨온 자들이 몰염치와 ‘싸가지’를 말하는 것이야말로 몰염치와 ‘싸가지’ 아닌가.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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