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키워 우승한 디섐보에 웃고, 천국으로 간 마라도나에 울다

장민석 기자 2020. 12.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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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조스 어워즈] [下] 해외 스포츠 선수 베스트6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스포츠의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일상에 지친 지구인들에게 위안을 줬다. 수퍼스타들은 코로나로 인해 리그 일정이 파행을 겪는 위기 속에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챔피언에 등극하며 올해의 주인공이 됐다.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코비 브라이언트는 하늘의 별이 되며 많은 팬들을 눈물짓게 했다.

2020 조스 어워즈. /그래픽=양인성

◇ ‘내 나이가 어때서賞’ - 르브론 제임스

NBA(미 프로농구)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내년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살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며 가공할 높이로 뛰어올라 덩크슛을 내리꽂는다.

2018년 여름 LA 레이커스로 이적한 르브론이 자신의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을 ’13′에서 멈추자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2019-2020시즌 생애 첫 어시스트왕(10.2개)에 오르며 레이커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마이애미 히트(2012·2013년)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2016년)에 이어 그는 최초로 세 팀에서 파이널 MVP에 오른 전설이 됐다. 르브론의 활약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초 4만 득점 돌파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그가 나이를 잊은 활약을 2~3년 더 펼친다면 ‘황제’ 마이클 조던과의 ‘역대 최고 선수’ 논쟁도 더욱 불타오를 전망이다.

◇ ‘드디어 1인자賞’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라이벌이 또 있을까. 한 해 최고 선수를 가리는 FIFA 올해의 선수 수상 기록만 봐도 메시가 6회, 호날두가 5회로 팽팽히 맞선다. 오랜 양강 구도에 올해 확실한 균열이 생겼다. 폴란드의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가 생애 첫 FIFA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레반도프스키는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가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2015년부터 매 시즌 40골 이상을 터뜨렸지만 ‘신(神)계’로 통하는 메시·호날두에 가려 ‘인간계 최고’란 별명에 만족해야 했다.

그가 드디어 ‘1인자’로 올라선 것은 2019-2020시즌. 55골로 분데스리가와 DFB포칼(FA컵),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에 오르며 뮌헨의 트레블(3관왕)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도 벌써 18경기에 20골.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 ‘고독한 대식가賞’ - 브라이슨 디섐보

2020년 내내 브라이슨 디섐보(27)는 많이도 먹었다. 하루에 단백질 셰이크 거의 열 잔에다 달걀, 베이컨, 땅콩버터 샌드위치, 스테이크 등을 양껏 먹고 근육을 불렸다. 거대해진 몸에 초장타를 탑재한 그는 자칫 놀림감이 될 분위기였지만, US오픈 우승으로 비웃음을 잠재웠다.

골프를 물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착해 ‘미친 과학자’로 불려온 그는 갑자기 ‘판을 바꾼 혁신가’로 칭송받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야디지북에 별별 계산식을 적어놓으며 피곤하게 산다. “그런 건 골프가 아니다”라는 동료 선수의 비난을 최근까지도 들어야 했다. 드라이버 길이를 늘려 장타 실험을 하려던 그는 마스터스 부진 이후 “이젠 공을 연구해봐야겠다”고 했다. 또 무슨 기이한 실험을 벌일 것인지. 고독한 혁신의 길을 가는 그에게 이 상을 보낸다.

◇ ‘고개 든 가을남자賞’ - 클레이튼 커쇼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32)에게 가을은 잊고 싶은 계절이었다. 그는 2008년 다저스에서 데뷔해 ‘원 클럽 맨’으로 뛰면서 사이영상을 세 차례(2011·2013·2014년) 받는 등 한때 ‘지구 최고의 투수’로 불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만 되면 초라해졌다. 201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6실점으로 무너졌고, 이듬해 월드시리즈에서도 두 경기에서 9실점 했다. 다저스는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커쇼는 올해 세 번째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맞붙은 시리즈에서 그는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11과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며 2승을 챙겼다. 그 활약에 힘입어 다저스는 4승2패로 레이스를 꺾고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커쇼의 ‘가을 잔혹사’가 ‘가을 동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영원히 히어로賞’ - 코비 브라이언트, 디에고 마라도나

1월 26일 날아든 비보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NBA의 전설적인 슈팅가드 코비 브라이언트가 둘째 딸 지안나와 함께 헬기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것. 팬들은 현역 시절 코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코비가 이젠 하늘에서 지안나와 즐겁게 농구하길 빌며 눈물을 훔쳤다. 코비의 열정을 기리며 코트에 나선 레이커스 후배들은 NBA 정상에 올랐다.

코비가 떠나고 10개월 후인 11월 25일엔 ‘축구의 신’으로 불렸던 디에고 마라도나가 천국의 그라운드로 떠났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원맨 쇼’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그는 마약 복용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가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와 함께 20세기 최고 선수로 뽑힌 ‘축구 황제’ 펠레는 “하늘에서 함께 공을 차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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