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로또가 유일한 희망?

김선태 2020. 12. 3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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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로또 판매액이 1001억원으로 2011년 10월(1268억원) 이후 9년 만에 주간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제 올해 상반기 로또 판매액은 2조3082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판매액(4조3181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로또 '판매 폭발'을 단순히 불황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로또 역대 최대 1등 당첨금은 407억2000만원이고 최소는 4억59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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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로또 판매액이 1001억원으로 2011년 10월(1268억원) 이후 9년 만에 주간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로또와 같은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경기가 나쁠 때 혹시나 하는 기대로 사는 이들이 늘어서다.

실제 올해 상반기 로또 판매액은 2조3082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판매액(4조3181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경기가 기울기 시작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쳐 로또 매출이 2년 연속으로 신기록을 쓸 참이다.

하지만 로또 ‘판매 폭발’을 단순히 불황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경기는 곤두박질쳤지만 부동산과 주가는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등한 집값 이야기와 ‘동학개미’ 혹은 ‘서학개미’들의 삼성전자 또는 테슬라 등에 대한 투자 성공기가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집도, 주식도 없는 이들은 이런 주제의 대화에 끼어들 틈도 없다.

“집값이 올라도 세금 낼 생각하면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집주인들은 푸념해도 무주택자들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주식 양도세나 거래세를 낮춰달라는 주식투자자들의 항의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이제 10억원 정도로는 아파트 고르기도 힘들어졌다.

‘부모 찬스’라도 없으면 내집 마련은 이제 거의 ‘불가능’의 영역으로 접어들었고, 팍팍한 살림에 괜히 뒤늦게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그마저 날릴까 봐 걱정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무력감에 빠진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라고는 로또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로또 역대 최대 1등 당첨금은 407억2000만원이고 최소는 4억593만원이다. 2003년 판매가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아진 뒤 구입건수가 늘면서 1등 당첨액은 평균 20억원 정도다. 세금을 빼면 14억원가량으로 인생역전까진 아니어도 서민들에겐 여전히 큰돈이다.

문제는 814만5060분의 1이라는 1등 당첨 확률이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428만 분의 1)보다도 훨씬 낮다. 그래서인지 번호 예측 유료서비스가 넘친다. 하지만 매번이 ‘독립 시행’인 로또에서 기존 당첨번호를 토대로 한 번호 예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복권매장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번호를 고르는 이들이 늘 넘쳐난다. 로또가 고달픈 인생을 잠시 잊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정신적 모르핀’이기 때문 아닐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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