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장 짜릿했던 순간] 안나린 "첫 승 안긴 버디"

주영로 2020. 12. 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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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린, 2타 차 쫓기던 상황에서 나온 천금의 버디
장하나,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간 15m 버디
박현경, 데뷔 첫 승 선물한 챔피언 퍼트 순간 눈물
안나린이 10월 세종시 세종필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를 끝낸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명승부가 많이 나왔다.

투어 2년 차 박현경(20)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KLPGA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효주는 올해 미국 무대 대신 KLPGA 투어에 참가해 6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4년 만에 국내 대회 우승을 신고했고, 유소연은 내셔널 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했다. 하반기엔 투어 4년 차 안나린(24)의 돌풍이 거셌다. 10월 오텍개리어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안나린은 한 달 만에 국내 최다 상금이 걸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여자골프 스타들에게 올해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들어봤다.

◇안나린 “첫 우승 이끈 천금 같은 버디”

안나린에게 2020년은 잊지 못할 최고의 해였다. 무엇보다 프로 데뷔 이후 93번째 대회 만에 나온 첫 우승은 지난 4년 동안의 설움을 씻어내는 시원한 축포였다.

10월 세종시 세종필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3라운드. 안나린은 10타 차 선두로 나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예고했다.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선 안나린은 첫 우승을 앞둔 탓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3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했고, 12번홀과 13번홀에서 연속으로 보기를 적어내며 흔들렸다. 그 사이 유해란은 16번홀까지 버디만 9개 뽑아내며 2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안나린은 첫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4년을 기다려온 첫 우승을 위해 버디가 꼭 필요했던 순간, 14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냈다. 세 번째 샷을 홀 2.5m에 붙인 안나린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에 넣으며 이날 처음으로 타수를 줄였다. 안나린은 “경기 초반에 잘 풀리지 않던 흐름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첫 버디가 절실했는데 14번 홀 버디가 분위기를 바꿔놨다”며 “퍼트를 앞두고 많이 떨렸지만, 공이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차분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꼽았다.

박현경이 5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박현경 “챔피언 퍼트하고 눈물 쏟아져”

코로나19 확산으로 5월 뒤늦게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KLPGA 챔피언십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3라운드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진 가운데 박현경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우승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았으나 마지막 날 대역전극으로 프로 첫 승을 쏘아 올렸다.

전반에만 2타를 줄인 뒤 후반에는 11번홀부터 13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앞서 나갔다.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박현경은 마지막 18번홀 파 퍼트를 넣으면서 데뷔 첫 우승을 확정했다.

박현경은 동갑내기 조아연, 임희정과 함께 큰 기대를 받으며 지난해 데뷔했으나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면서 컸던 아쉬움을 이날 우승으로 씻어냈다. 박현경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그토록 바라고 꿈꿔왔던 우승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모두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고 첫 우승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장하나 “15m 버디 퍼트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가”

장하나(28)가 꼽은 올해 가장 짜릿한 순간은 시즌 첫 승을 안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클래식 마지막 날 8번홀에서 나온 15m 거리의 버디 퍼트다.

장하나는 KLPGA 투어 통산 12승 중 6승을 9월 이후 쓸어 담아 ‘가을의 여왕’으로 불렸다. 올해도 찬바람이 불어오자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9월 팬텀클래식 준우승을 시작으로 10월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5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7위로 우승권을 맴돌았다.

10월의 마지막 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마침내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3라운드까지 최민경(27)과 동타를 이뤄 공동 선두를 달렸다. 7번홀까지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아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장하나는 8번홀(파4)에서 그림 같은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장하나는 “공부터 홀까지 거리는 열아홉 걸음 정도의 먼 거리였지만, 퍼트하고 난 뒤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치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짜릿했다”고 당시 순간을 돌아봤다. 이 홀에서 장하나는 버디를 했고, 최민경은 보기를 적어내 순식간에 2타 차 선두가 됐다. 이후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은 장하나는 김효주, 전우리, 박민지, 김지현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장하나는 이 우승으로 통산 13승 중 7승을 9월 이후에 쓸어 담아 ‘가을의 여왕’임을 재확인했다.

장하나가 퍼트한 뒤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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