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카투사 백신 접종

강호원 2020. 12. 3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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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는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이다.

왜? 그에 답하자면 카투사가 미군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카투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중한 걸까, 또 늑장을 부리는 걸까, 아니면 카투사 백신 접종이 껄끄러웠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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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는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이다. 그 역사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낙동강까지 밀린 국군과 유엔군. 그해 8월16일 한국군 313명을 일본 미군기지에 보내 훈련을 시킨 뒤 미군에 배속한 것이 최초다. 전쟁 중 카투사는 8000명을 웃돌았다. 수많은 카투사들이 희생됐다.

미 2사단 제7 기병(Cavalry)대대. 굳이 번역하자면 기갑항공수색대대다. 1976년 북한의 판문점 도끼만행 당시 판문점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하고, 1990년대에는 이라크전쟁에 투입된 부대다. 그곳에도 카투사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 팀스피리트 훈련 중 사고가 났다. 무개화차에 실린 탱크에서 떨어진 카투사 탱크병. 크게 다쳤다. 급기야 헬리콥터로 미 8군 용산기지 내 야전병원으로 후송됐다. 또 다른 카투사는 근무 중 쓰러져 8군 야전병원에서 신장 수술을 받았다.

주한미군은 카투사에게 “아프면 한국군 병원에 가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에 답하자면 카투사가 미군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들은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뒹군다. 동맹군 전우로서. 남이 아니다. 카투사는 평화를 지키는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카투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백신을 공수해온 주한미군. 카투사도 맞히겠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정부가 허락하지 않았다. 왜? “안전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걸까, 또 늑장을 부리는 걸까, 아니면 카투사 백신 접종이 껄끄러웠던 걸까.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통화해 백신 2000만명 분을 확보했다고 공치사했다. 실무진 협의도 없이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로만 확보했을 리 만무하건만. 어제 국방부는 뒤늦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주한미군에 통보했다고 한다.

백신은 ‘코로나19 종결자’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을 우두커니 지켜보던 정부는 황당한 변명을 했다. “한두 달 안전성을 관찰할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카투사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제 백신을 맞게 돼 기뻐할까. 아니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못난 정부’를 원망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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