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베토벤으로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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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5번 '운명'은 웅장한 도입부 때문에 클래식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그가 남긴 피아노곡이나 현악4중주, 교향곡, 그 어느 것 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그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클래식 음악계에 일으킨 '혁신'이다.
베토벤은 선인들이 창조한 음악양식을 면밀히 탐구해 고전주의 음악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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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다다단∼! 따다다단∼!’
당시 유럽의 음악가들은 대부분 왕이나 귀족, 교회에 소속된 고용인 신분이었다. 베토벤은 예속된 삶을 거부하고 나섰다. 그는 시민이든 귀족이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신념을 키우다 마침내 선언한다. “왕과 귀족을 위해서가 아닌, 시민을 위해서도 아닌, 인류 모두를 위한 곡을 쓰겠다.”
베토벤은 고용주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곡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살아간 최초의 음악가다. 헨델,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등 위대한 선인들도 끊어내지 못한 사슬을 그가 마침내 끊어낸 것이다. 음악가가 자신의 감정을 악보에 담아내는 것은 당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실로 ‘파격’이었다. 그가 새로운 문을 열면서, 이후 등장한 슈베르트, 슈만, 리스트, 바그너 등 낭만파 음악가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들의 감정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고전주의의 대가 베토벤이 낭만주의의 선각자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베토벤은 선인들이 창조한 음악양식을 면밀히 탐구해 고전주의 음악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소박한 민요풍 멜로디를 차용하거나 문학적 소재를 담아내기도 했다. 기존의 기악형식과 장르를 독창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전통기법 뛰어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례없는 시도로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한 교향곡 9번 ‘합창’이 대표적이다. 숭고한 이상과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혼합된 이 작품은 베토벤 음악의 역량이 집대성된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온전히 상실한 후에 만든 곡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합창’이 울려퍼진다. 환희와 인류애를 노래하는 이 곡을 들으며 사람들은 다가올 새해가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한다.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합창’은 단순한 연주회가 아닌, 인류화합과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웅장한 의식인 셈이다.
3년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말했다.
“어쩌면 오늘날 일상 템포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베토벤 음악은 이상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고, 모든 갈등과 화해하며 융합한다. 그가 소리를 통해 표현한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경험하면, 그의 음악에는 세상을 초월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음의 위안과 로맨틱한 정감, 웅혼한 기상은 베토벤만이 전할 수 있는 선물이다. ‘합창’은 ‘고난을 이겨낸 환희’로 충만케 할 것이다. 뚝심 있는 베토벤 음악으로 송구영신하면서, 코로나 시기를 관통할 인내력을 키우자. 묵묵히 견디며 끝내 이겨내자.
김신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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