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투자협정 체결 합의에..복잡한 바이든 속내?
[경향신문]
유럽연합(EU)과 중국이 30일(현지시간) 상대국 시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2014년 1월 양측이 협상을 개시한 지 거의 7년 만이다. EU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중국 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협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대중국 압박 정책을 펼치려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이번 협정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오늘 중국과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원칙적으로 끝냈다”면서 “더 균형 잡힌 무역과 더 나은 사업 기회를 위해서”라고 적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통화를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협정에 따라 유럽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병원, 부동산, 광고, 해양 산업, 통신 클라우드 서비스, 항공 예약 시스템 등 부문에 진출할 때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권한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는 유럽 기업이 이들 분야에 진출하려면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 투자 형식을 갖춰야 했다. 중국은 또 외국 기업의 기술 강제 이전을 금지하고, 보조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국영 기업이 외국 투자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 금지’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는 2014년 1월 양측이 협상을 개시한 지 거의 7년 만에 이뤄졌다. 양측이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하더라도 일부 EU 국가는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고, 유럽의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실제 협정이 발효하는 데는 적어도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거래로 유럽이 중국 시장에 대해 미국과 동등한 접근 권한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미·중무역 갈등을 일단락한 바 있다. 미국이 대중국 추가 관세를 보류하는 대신, 중국은 앞으로 2년간 2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하면서다. EU는 “미국은 중국과 더 많이 거래하고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번 협정이 EU를 미국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들이는 협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AP통신은 이번 협정이 “유럽 기업들에 큰 기회를 열어줄 수 있지만,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U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 측은 EU가 협정 체결의 대가로 중국에 ILO의 ‘강제노동 금지 협약’ 가입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은 점을 우려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3일 전했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에게 강제 노동을 강요한다면서 대중국 제재를 추진한 바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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