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평등·건강"..선수와 팬 막아세운 코로나 팬데믹에도 '한 단계 전진'
[경향신문]
스포츠는 해마다 정정당당한 승부와 이를 위한 노력으로 우리 사회와 삶에 감동과 교훈을 남긴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고,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스포츠를 존재의 근본부터 위협했다.
하지만 2020년에도 스포츠는 코로나19와 싸우며 자리를 지켰고, 오히려 우리 삶에 중요한 더 많은 것들을 남겨놓을 수 있었다. 2020년에도 스포츠는 평등과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며 우리 사회와 삶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스포츠는 평등이다
코트 위의 ‘투사’ 오사카 나오미
마스크에 인종차별 희생자 이름
르브론 제임스, 투표 참여 캠페인
스타들 앞다퉈 코로나 예절 홍보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 9월13일 US오픈 결승전에서 빅토리아 아자렌카를 꺾고 개인 두번째 US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오사카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오사카는 “위대한 테니스 선배들이 우승하고 이렇게 하는 장면들을 봤다”며 “그들이 본 하늘을 나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세리머니만은 아니었다. 오사카의 세리머니는 인종차별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뜻이 담겼다.
오사카는 US오픈 여자단식 7경기에서 매번 다른 마스크를 썼다. 검은 마스크에는 인종차별 희생자 이름을 적었다. 결승 때는 2014년 클리블랜드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2세 소년 타미어 라이스의 이름을 적었다.
오사카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보다 많이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사카는 코트 위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투사’였다.
NBA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오래전부터 인종차별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선수였다. 지난 8월 흑인 청년 제이컵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제임스를 비롯한 선수들은 경기를 보이콧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설득으로 경기에 돌아온 제임스는 이번에는 투표 참여 독려 단체를 만들어 행동에 나섰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남녀차별 문제에서도 한 걸음 나아갔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지난 9월 남녀 대표팀의 상금과 수당을 균등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잉글랜드, 호주, 뉴질랜드와 우리나라 모두 남녀 축구대표팀의 수당은 똑같다.
평등을 향한 움직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지난 11일 시상대에서 무릎꿇기, 주먹들기 등 평화적 저항 표시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IOC 헌장 50조와 배치되는 것으로 USOPC의 결정이 IOC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포츠는 건강한 일상이다
스포츠는 삶이 돌아간다는 증거
무관중 경기지만 팬들에 큰 위로
무엇이 소중한지 되돌아보게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멈췄고 도쿄 올림픽도 1년 연기됐다. 스포츠 스타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건강을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NBA 스타 스테픈 커리는 SNS를 통해 코로나19 거리 두기, 예방 수칙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앤서니 파우치 박사와 대담에 나서기도 했다. NBA MVP였던 야니스 아데토쿤보 역시 SNS를 통해 손씻기를 강조했다. “지금 농구는 두번째 문제”라고 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도 기침 예절을 알리는 동영상을 올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마스터스가 연기되자 “지금, 골프 토너먼트보다 훨씬 중요한 일들이 우리 인생에 놓여 있다. 우리는 안전해야 하고, 현명해야 한다. 우리 자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 우리 사회를 위해 최선의 일을 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포츠 스타들의 코로나19 예방 활동에 대해 “정부나 정치인보다 스포츠 스타들의 메시지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다”며 “스포츠 스타의 경우 공중보건, 건강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무관중이지만 스포츠가 돌아오자, 팬들의 일상이 어느 정도 위로받기 시작했다. KBO리그는 5월 개막 뒤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1군 확진자 한 명 없이 시즌을 치렀다. 스포츠가 있다는 건, 우리의 삶이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거꾸로 팬들이 없는 경기장이 얼마나 쓸쓸한 곳인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2020년 스포츠는 우리에게, 우리는 스포츠에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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