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는 것도 사치"..김진숙 다시 걷는다
청와대 향해 부산서 출발
[경향신문]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출발하는 도보 장정에 올랐다. 목적지는 그의 복직을 요구하며 동료 노동자들이 단식·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청와대 앞이다.
김 지도위원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중대재해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싸우는 유가족들, 산업은행이 투기자본을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며 다시 고용위기에 빠진 한진 노동자들, 도처에 비명소리 가득한 무책임의 시대”라며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다”고 했다.
김 지도위원은 작년 이맘때도 부산 호포역에서 대구 영남대의료원까지 110㎞를 걸었다.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17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2018년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가 진행 중이었지만 그는 “앓는 것도 사치라 걸어서 박문진에게로 간다”고 했다. 그의 방문은 여론의 관심을 불렀고 박씨는 지난 2월 의료원과 복직에 합의했다.
현재 청와대 앞에서는 정홍형 희망버스 집행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그의 복직을 촉구하며 9일째 단식·노숙 농성 중이다. 박씨 등 동료 노동자들은 그 곁에서 하루 3000배를 올리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8일 “2003년 회사와 교섭하면서 김 지도위원과 함께 해고된 분들은 복직이 됐지만, 회사가 이것만은 양보해달라고 해서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관철시키지 못한 게 엄청난 부채감으로 남았다”고 했다.
198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어용노조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동료들에게 배포했다가 대공분실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해고됐다. 2009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김 지도위원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회사는 그를 ‘제3자’ ‘외부세력’이라 부르며 복직시키지 않았다.
회사는 현재도 “복직을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김 지도위원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직’ 대신 ‘재채용’,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대신 ‘8000만원 상당 위로금 지급’을 제안하고 있다. 노동계는 “금액을 언급하는 것은 김 지도위원 복직의 논점을 흐리고자 하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아 35년간 끌어온 문제를, 회사가 위로금 액수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식 중인 송 시인은 “김 지도위원이 항암치료 중에 또 길을 나서고, 이 수많은 사람이 혹한에 단식을 해야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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