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날 "주문 취소해주세요".. 연말 대목 노린 얌체 장사꾼들

맹하경 2020. 12. 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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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날 이 판매자는 "상품이 갑자기 품절됐으니 구매를 취소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하는 수 없이 환불 신청을 한 뒤 허겁지겁 위메프로 옮겨가 다시 주문했지만 이번엔 배송 예정 날 취소 요청을 받았다.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좋은 평점이 쌓이고 그래야 화면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재고 관리를 충실히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재고 관리 부실로 인한 결제 취소가 반복되는 판매자가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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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업계 선물 시즌 특수 노리고 
재고 확보 없이 사진만 건 판매자들에
소비자만 피해.. "리뷰수 등 지표 활용해야"
24일 서울 송파구 한 물류단지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쌓인 박스를 분류하고 있다. 연말 선물 수요 급증 등으로 택배 물동량도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대목을 노리고 전자상거래(e커머스)에서 재고 없이 상품 사진만 걸고 주문부터 받는 판매자로 인한 소비자 불편도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모(37)씨는 지난 20일 두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신나는 뽀로로 유치원'을 사려고 쿠팡을 켰다. 인기 장난감답게 판매자가 많아 '23일 도착 예정'이라고 표시한 곳에서 주문하고 5만2,50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다음날 이 판매자는 "상품이 갑자기 품절됐으니 구매를 취소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하는 수 없이 환불 신청을 한 뒤 허겁지겁 위메프로 옮겨가 다시 주문했지만 이번엔 배송 예정 날 취소 요청을 받았다. 류씨는 "크리스마스 전에 물건을 받으려고 좀 비싸도 주문하고 결제까지 끝났는데 품절 핑계를 대는 일을 두번이나 겪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무리 인기 상품이라도 애초에 물건을 가지고는 있었는지 의심된다"고 허탈해했다.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한 당일인 21일 밤에 류씨가 판매자로부터 받은 문자. 품절을 이유로 구매 취소를 요청하고 있다. 독자 제공

30일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선물 수요가 이어지는 연말 대목을 노리고 재고 확보 없이 물건 사진만 걸어놓는 판매자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쿠팡, 위메프 등 e커머스 업체에 입점해 정상적으로 판매 행위를 하는 곳은 재고 확보와 소진 시점 예측이 기본이다.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좋은 평점이 쌓이고 그래야 화면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주문부터 받고 보는 얌체 판매자에게 재고 확보나 소비자 평가는 뒷전이다. 꾸준히 해당 물건을 판매했다기보다는 한 철 장사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구하러 나가는 식으로 움직인다. 물건을 못 구하면 구매자에게 구매 취소를 요청한다. 괜히 미리 물건을 사놔 재고 부담을 떠안기는 싫고 주문 만큼만 팔아 확실한 수익만 챙기겠다는 심보다.

이같은 문제는 e커머스 특성상 소비자가 일일이 판매자 이름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 관리가 중요한 단골 장사가 아니라는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선물 시즌에는 마음이 급해 상품이나 판매자 정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배송일만 확인한 뒤 결제부터 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피해는 제때 물건을 받을 거라 믿고 있던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물건을 받지 못하면 환불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금전 피해는 없지만 결제와 취소를 반복해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30일 기준 쿠팡에서 '신나는 뽀로로 유치원' 가격은 7만~8만원부터 17만원대도 있다. 21일에는 5만원대였지만 9일 사이 가격이 올랐다. 쿠팡 캡처

특히 연말처럼 대목인 데다 인기 상품일수록 물량 확보는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사이 물건 가격이 올라 더 비싸게 사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30일 기준 쿠팡에서 신나는 뽀로로 유치원 가격은 7만~8만원대에서 최대 17만원까지 치솟아 있다.

e커머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플랫폼이란 공간만 제공하는 사업자라 재고 관리가 허술한 판매자를 일일이 골라낼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재고 관리를 충실히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재고 관리 부실로 인한 결제 취소가 반복되는 판매자가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쿠팡이 입점 판매자에게 추천하는 체크리스트에 재고 관리 확인이 포함돼 있다. 쿠팡 매뉴얼 캡처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재고 상태를 검사한다고 하면 바로 과도한 개입이라며 갑질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며 "결제 취소 사유로 품절이 반복되거나 소비자의 신고가 누적되는 판매자를 퇴출해도 아내, 사촌 동생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 내서 또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선물 수요는 설 연휴가 있는 새해에도 급증이 예상돼 비슷한 피해를 겪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 설과 추석 택배 물동량은 각각 2억4,550만건, 2억9,250만건으로 모두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더 많은 소비자가 e커머스로 몰리고 있어 구매 시 믿을 수 있는 판매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뷰 개수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배송 날짜가 잘 지켜지고 재고 관리가 잘 되는 판매자의 경험이 쌓인 지표가 리뷰 수라 이를 참고해 구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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