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에 검사 아닌 '판사 출신' 지명 배경은..

박순봉 기자 2020. 12. 30. 2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장 '판사 출신' 지명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30일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검찰 견제에 더 무게…공수처 출범 의미 재확인
‘1기 공수처’ 성패, 검찰개혁 직결…야 “꼭두각시”

헌정사상 처음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지명됐다. 청와대가 초대 공수처장에 판사 출신을 앞세운 건 검경 등 권력기관 개혁에 역점을 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기 공수처’는 공수처 설립 명분을 확보하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후보자의 수사 역량을 두고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야당은 공수처 출범 절차와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최종 후보 2인 중 김 연구관을 지명한 건 검찰개혁이라는 공수처 출범의 의미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8일 김 연구관과 함께 검사 출신인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문 대통령이 판사 출신을 선택하면서 검찰 견제에 더 큰 무게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가 중립성을 지키며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인권친화적 반부패 수사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이 공수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 특검팀 근무 경력을 거론하면서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기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워 온 검찰개혁의 실현 기관 역할을 하게 된다. 공수처라는 기관이 안착해 ‘존속하느냐, 마느냐’ 여부가 곧 ‘검찰개혁이 완성되느냐, 실패하느냐’로도 연결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1기 공수처의 최우선 가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공수처장은 공수처 검사들에게 들어올지도 모르는 정부·여당과 야당 그리고 검찰 같은 기관들의 외압을 막는 방패막이가 돼야 한다”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통화에서 “일부 정치권에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이런 식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판에 끼어드는 순간 공수처는 괴물이 되거나 껍데기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 전반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를 ‘친문 청와대 사수처장’ ‘꼭두각시’ 등에 비유하는 논평을 내며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방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공수처 검사 선발 등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야당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확인되면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공수처 수사검사 임용은 야당 몫 2인이 포함된 인사위원회(총 7명)를 거친다. 다만 4명 이상 찬성하면 의결되므로 야당 추천위원이 반대해도 수사검사는 임용할 수 있다. 야당은 인사위원 추천 자체를 미루면서 지연 작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