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전원 일괄 사표.. 최후카드 꺼낸 HMM노조

성승제 2020. 12.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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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조정 앞두고 사측 압박 의도
여론은 냉담.. 산은 "개입 않겠다"
HMM 포워드호의 모습. HMM 제공

[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HMM(옛 현대상선)해운연합노동조합(HMM 노조) 조합원 전원이 사측에 일괄 사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오는 31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노조가 사측을 압박하려는 카드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노사 갈등에 대해 채권단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며 재차 선을 그었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노조 조합원 369명은 2차 조정회의가 결렬될 경우 모든 조합원의 사표를 수리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사측에 이날 오전 전달했다.

전정근 HMM노조위원장은 "이번 일괄사표 전달은 조합원 뜻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사측이 0.5%의 임금인상을 거부하면 조합원들은 차라리 0.5%의 임금을 사측에 돌려주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는 노조가 사실상 선박 승선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속내는 2차 조정을 앞두고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HMM이 현재 운항중인 선박은 총 41척으로 HMM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이중 31척의 선박 운항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는 노조가 예측한 단순 집계로 사측을 압박하기엔 다소 카드가 약하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쟁의행위 경험이 전무해 파업 등을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HMM 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정한 것은 1976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집단 집회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HMM노조가 계획한 쟁의행위는 집회, 휴가자 승선거부, 준법투쟁, 외국인 승선거부, 신조선 승선 거부 등이다. 이 중 휴가자 승선거부는 직원들의 휴가 또는 연차 사용 적극 독려다. HMM 해운업종과 협력사 직원은 총 500명으로 휴가나 연차를 사용하는 인원은 매월 평균 전체 인원의 30%(150여명) 수준이다. 최근 해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당수 직원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승선하는 상황이다. 모든 직원들이 휴가나 연차를 사용하면 일부 선박 지연이 불가피하다. 준법투쟁은 해사노동협약(MLC)에 따른 것으로 24시간 중 최소 10시간 이상 직원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배가 해외로 나가는 경우엔 충분한 휴식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부산에서 인천 등 국내에서 국내로 짧게 운항하는 경우엔 이 규칙을 지키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원칙대로 규칙을 지키면 선박 운항이 지연된다. 외국인 승선거부는 말 그대로 외국인 근로자 대신 한국인 근로자를 채용해달라는 뜻이다. 통상 원양 컨테이너선은 길게는 한 달 이상 배에 머물러야 하는데 노동만큼 받는 임금이 높지 않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선사들은 주로 한국인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다. 신조선발주 거부는 HMM이 이르면 내년 4월 건조가 완료된 컨테이너선을 인도받을 예정인데 노조는 이 선박에 대해 조합원들이 승선 거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사측은 이번 쟁의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파업에 대해 여론의 눈총도 달갑지 않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수출기업을 볼모로 파업을 주도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라는 지적이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운임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상운송 요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5일 기준 2641.87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기사회생한 기업이 올해 반짝 이익을 냈다고 파업 등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올 들어 해운 운임이 급등해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내년엔 더 오를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산은은 이와 관련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측의 결정을 모두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노사협의 문제는 채권단이 승인하는 안건이 아니다"라며 "다만 노사가 조속히 해결방안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한편 HMM노조는 지난 26일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3%가 찬성했다. HMM노조는 올해 임금 8%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올해 영업이익 상승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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