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BTS·나훈아..'코로나 블루' 한방에 날렸죠

전지현,이향휘,오수현,강영운,서정원 2020. 12.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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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암흑기 국민에 희망준 '2020 문화계 영웅들'
블랙핑크 세계적 걸그룹 우뚝
이수만 AI 결합 K팝 지형 넓혀
나훈아 '테스형' 신드롬에 들썩
조성진 공연 매진행렬 이름값
손원평 '아몬드' 日서도 돌풍
'기부왕' 손창근 '세한도' 기증
길고 긴 터널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한 해 문화계는 전례 없는 암흑기를 보냈다. 영화·공연계는 세 차례 반복된 셧다운에 초토화됐고, 다른 문화예술 장르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 위상을 드높였다.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전대미문의 쾌거를 안긴 봉준호에서 미국 빌보드 1위에 이어 그래미상 후보까지 오른 방탄소년단(BTS), 세계 최고의 걸그룹으로 우뚝 선 블랙핑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스형'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치며 국민의 헛헛한 가슴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불어넣어준 나훈아가 있다. 이들이 있었기에 절체절명의 코로나19 난국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다. 매일경제신문이 꼽은 2020년 문화예술계 영웅 10인의 활약을 통해 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힘차게 열어보자.

◆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2020년은 방탄소년단의 해였다. 코로나19로 공연 산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세계에 높이 알렸다. 지난 8월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영어곡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다. 이어 11월 발매한 '라이프 고스 온'도 1위를 차지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까지 포함하면, 3연속 1위였다. '라이프 고스 온'이 수록된 앨범 'BE'는 빌보드200 1위에도 올랐다. '월드스타'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이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측은 방탄소년단을 '베스트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선정했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그래미 후보로 선정된 최초 사례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을 '올해의 엔터테이너(Entertainer of the Year)'로 선정했다.


◆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51)은 올해 세계 영화사를 새로 쓰며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국민에게 벅찬 희망을 줬다. 그의 작품 '기생충'이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각종 진기록이 나왔다. 비(非)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트로피 4개를 받은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다. 델버트 만 감독의 '마티'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64년 만에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사례이기도 하다. 흥행 신화도 경신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2억5800만여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전 세계 수입 2억달러 선을 넘었다. 미국 CNN방송은 '2020년을 규정 짓는 문화적 순간들' 중 하나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꼽았다.


◆ '테스형 신드롬' 가수 나훈아

지난 추석 대한민국은 가수 나훈아(73)로 들썩였다. KBS와 협업해 기획한 비대면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이른바 흥행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공연 스케일과 '가황'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창력으로 대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가수 나훈아가 TV에 나온 건 15년 만이었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청률은 29%, 순간시청률은 41%까지 치솟았다. 10월 재방송 시청률도 18%를 넘겼다. 나훈아는 공연 도중 "대한민국은 국민이 영웅이다. 역사책을 봐도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며 평범한 시민들을 위로했다. 신곡 '테스형'도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며 세상사의 고단함을 토로한 그의 노래는 다양한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통쾌한 웃음과 따뜻한 공감을 줬다.


◆ 세계 톱 걸그룹 도약한 블랙핑크

보이밴드에 방탄소년단이 있었다면, 걸그룹에는 블랙핑크가 있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친 블랙핑크는 2020년 명실상부한 세계적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지난 6월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공개 32시간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이었다. 10월 발표한 정규 1집 '디 앨범'은 빌보드200 차트 2위에 올랐다. 유튜브 맹활약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이달 기준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는 5490만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통합 채널 중 1위, 전 세계 아티스트 채널 중 2위, 전 세계 여자 가수 채널 중 1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가수는 5970만명의 저스틴 비버다.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두아리파, 카디비 등 글로벌 톱스타와 협업곡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다. 미국 포브스는 "2020년 세계 최대 걸그룹"이라고 평가했다.


◆ 첫 온라인 유료 공연 성공한 이수만

대한민국 대중음악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세계 최초 온라인 유료 공연을 시도해 성공한 것 역시 K팝이었다. 'K팝의 아버지'로 통하는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68)가 주역이 됐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4월 네이버와 손잡고 'K팝 어벤져스' 슈퍼엠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기획했다. 단순히 음악 공연을 실황 중계하는 수준을 넘어, 증강현실·멀티캠 등 소비자 최적화 공연을 구현했다. 이 공연에만 전 세계 109개국에서 관객 약 7만5000명이 몰렸다. NCT127·슈퍼주니어 등 총 6회 공연에 몰린 관객은 6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괄프로듀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아바타와 접목한 새로운 걸그룹 '에스파'를 론칭하면서 K팝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 한국의 흥 알린 국악 팝 밴드 이날치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전 세계에 한국의 흥겨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올해 가장 '핫'했던 국악 팝 밴드 '이날치'가 그 주역이다. 국악의 세계화와 현대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들이 현대무용 그룹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는 유튜브·페이스북·틱톡 등을 합쳐 조회 수 5억건을 넘었다. 갤럭시Z 플립 광고 영상에도 참여해 조회 수 3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흥행 역사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특유의 흥으로 광고임을 알면서도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이날치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조선의 힙스터'라고 부른다.


◆ 일본을 사로잡은 소설가 손원평

2017년 출간된 손원평(41) 소설 '아몬드' 판매량이 올해 누적 60만부를 넘었다.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함께 교보문고 국내 소설 연간 1위를 다투고 있다. 2쇄도 찍기 쉽지 않은 출판 시장에서 경이로운 성과로 이 덕분에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일본 서점 대상 번역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방탄소년단 멤버 RM과 슈가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 손학규의 딸인 그는 신작 활동도 활발히 했다. 올 6월 상업영화 '침입자'를 개봉하며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9월엔 장편소설 '프리즘'을 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은 손원평을 '2020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로 꼽았다.


◆ 독주회 매진 행진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은 코로나19가 클래식 공연 현장을 강타한 상황에서도 엄청난 티켓 파워를 자랑하며 이름값을 했다. 지난 10월 말부터 11월까지 진행된 2년9개월 만의 국내 독주회에서 조성진은 서울, 부산, 대구, 창원, 광주, 춘천 등 11개 도시를 돌며 리스트 '위안', 드뷔시 '달빛', 슈만 '숲의 정경' '유모레스크', 시마노프스키 '마스크', 쇼팽 '스케르초' 등 주옥같은 곡을 연주했다. 조성진은 앙코르 곡으로 짧은 소품을 연주하는 관례를 깨고 연주 시간이 30~40분에 이르는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 대곡을 선사하며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애초 이번 독주회는 6개 도시만 돌 예정이었지만 연일 화제가 되며 5회 추가 공연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클래식계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은 사건이었다.


◆ '세한도' 기증한 손창근

2020년 문화유산 분야 영웅은 단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손창근 옹(91)이다. 그는 한국 문인화의 정수이자 국보 180호인 세한도를 아낌없이 국가의 품에 안겨 코로나19라는 '세한(혹독한 추위와 시련)'에 지친 국민에게 훈훈한 감동과 희망을 안겼다.

이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청와대를 방문한 그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이 90도 허리를 굽혀 인사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앞서 그는 개성 출신 실업가였던 선친 손세기 선생의 대를 이어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 '손세기·손창근 콜렉션' 304점을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세한도 기증은 '기부왕' 인생에 화룡점정이었다는 평가다.


◆ 미술 경매 낙찰액 1위 이우환

올해 미술품 경매 시장 주인공은 추상화 거장 이우환(84)이었다. 한국 추상 미술 선구자인 김환기 독주를 비로소 멈추고 올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 1위 145억원(예술경영지원센터 통계)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올해 경매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8% 급감했지만 이우환 작품 낙찰총액은 오히려 지난해 132억원보다 늘었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퐁피두 메스 센터 개인전, 미국 뉴욕 디아비컨 미술관 이우환 코너 오픈, 워싱턴DC 허시혼 박물관 조각정원 개인전 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세계적인 페이스 갤러리 전속 작가여서 가격 상승 여지가 높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이우환이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내고 있는 생존작가여서 작품 수가 한정된 김환기 경매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다. 김환기는 132억원에 팔린 '우주'를 비롯한 추상 작품 수가 적은 데다 너무 비싸 구입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오수현 기자 / 강영운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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