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진실도 작게 말한다

조상인 기자 2020. 12. 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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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에게 큰소리로 훈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데다가, 내 주위 사람들 대부분 자기 몫의 지혜는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언제 내가 이런 꼰대가 되었나.

무루 작가는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어서 자꾸만 목청을 돋우는 어른들에게 나지막하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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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제 나에게 큰소리로 훈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데다가, 내 주위 사람들 대부분 자기 몫의 지혜는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나다. 이제는 내가 어떤 순간, 누군가의 앞에서 이기고 싶다. 확신에 차서 내가 맞다고, 내 말을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다. 언제 내가 이런 꼰대가 되었나. 식은땀이 난다. 그래서 주머니 속에 공깃돌 같은 말 하나를 넣어두었다. 그리고 ‘너는 틀렸고, 내가 맞다’고 말하고 싶어질 때마다 주문처럼 굴려본다. “진실도 작게 말한다.” 무려 2,500년 된 말이다. 목소리가 절로 작아진다.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2020년 어크로스 펴냄)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가 커질 때 ‘꼰대’가 된 증거라고 했다. 대중교통에서 염치없이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마스크 쓰기 싫다며 난동 부리는 사람, 상대 진영이 악당이라며 싸우는 정치인, 그들은 다 목소리가 쓸데없이 크다. 속닥속닥 서로에게 귓속말을 하며 웃던 어린 날, 수줍음과 설렘으로 사랑을 고백하던 젊은 날, 우리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무루 작가는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어서 자꾸만 목청을 돋우는 어른들에게 나지막하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그림책은 그 자체가 작은 목소리의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빽빽한 활자와 지식, 경험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않고, 저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강박도 없다. 그림과 여백 사이사이에 몇 마디 글자가 풀포기처럼 박혀서 조용히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의견을 관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면 안 된다고 손에 땀을 쥐고 시작하는 싸움이 있다. 이렇게 목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갈 때마다, 악쓸 준비를 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무루 작가의 주머니 속 공깃돌을 생각하기로 했다. “진실도 작게 말한다.” 작은 목소리를 가진 큰 어른이 되고 싶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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