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진실도 작게 말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제 나에게 큰소리로 훈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데다가, 내 주위 사람들 대부분 자기 몫의 지혜는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언제 내가 이런 꼰대가 되었나.
무루 작가는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어서 자꾸만 목청을 돋우는 어른들에게 나지막하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가 커질 때 ‘꼰대’가 된 증거라고 했다. 대중교통에서 염치없이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마스크 쓰기 싫다며 난동 부리는 사람, 상대 진영이 악당이라며 싸우는 정치인, 그들은 다 목소리가 쓸데없이 크다. 속닥속닥 서로에게 귓속말을 하며 웃던 어린 날, 수줍음과 설렘으로 사랑을 고백하던 젊은 날, 우리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무루 작가는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어서 자꾸만 목청을 돋우는 어른들에게 나지막하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그림책은 그 자체가 작은 목소리의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빽빽한 활자와 지식, 경험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않고, 저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강박도 없다. 그림과 여백 사이사이에 몇 마디 글자가 풀포기처럼 박혀서 조용히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의견을 관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면 안 된다고 손에 땀을 쥐고 시작하는 싸움이 있다. 이렇게 목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갈 때마다, 악쓸 준비를 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무루 작가의 주머니 속 공깃돌을 생각하기로 했다. “진실도 작게 말한다.” 작은 목소리를 가진 큰 어른이 되고 싶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만명 몰린 ‘5억 로또’ 줍줍…당첨자 계약 포기
- 코호트 격리에 '연옥'된 요양병원...죽음 내몰리는 노인들
- [범죄의 재구성]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 왜 '허탕' 쳤을까
- [단독]윤석열 복귀에 무너진 추미애의 檢인사 그림
- 박원순 사망 직전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측근에 토로
- 유치장서 '설탕물 타 달라'…거절한 여경에 욕설한 50대 실형
-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맞고 전에 없던 '과민반응' 생겼다면…
- 육포 회사가 맥주를 만들면?…'질러' 맥주 출시
- '130억대 통장 잔고' 이지영 강사 '2014년부터 매년 연봉 100억 이상 받아'
- '한국사 강사' 설민석 '모든 방송 하차'…역사 왜곡·논문 표절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