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시대, 마트의 반격, 주류 업계의 대처

장상진 기자 2020. 12.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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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마트 서울 월계점 주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술을 고르고 있다. 이 점포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술을 사가는 손님이 늘어나자, 5월 주류 매장을 60평으로 확대 재단장했다.

지난 24일 저녁 8시쯤 이마트 서울 용산점 주류 매장은 손님으로 붐볐다. 와인 진열대는 여기저기 빈자리가 보였고, 평소 어른 키 높이로 쌓여 있던 맥주 코너도 곳곳에 바닥이 드러났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날 이 매장에서 장을 본 손님 둘 중 한 명(49%)이 주류(酒類)를 최소 1병 이상 담아갔다. 매장 주류 매출도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대비 55% 늘었다. 와인 2병, 맥주 6개들이 2팩을 카트에 담은 김견호(36)씨는 “작년 연말엔 크리스마스부터 줄줄이 외식을 했지만, 올해는 집에서 보낸다”며 “연휴 동안 집에서 영화 보며 마실 와인과 맥주를 사간다”고 했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홈술(Home+술)’이 유통·주류 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외식·회식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집에서 소비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주류 소비량은 식당·주점용과 가정용 비율이 6대4 정도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역전됐고 최근에는 가정용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70%를 가져가기 위해 유통 업체끼리, 주류 업체끼리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트 술 매출 18% 증가… 해외선 ‘알코올중독’ 경고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 이후 이달 27일까지 이마트의 주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4%, 롯데마트는 17% 늘었다. 홈술족들의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의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43% 상승하면서 연간 매출 1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에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다른 품목은 라면·맥주·우유·돼지고기 등 생필품 성격의 식료품이 대부분이다. 롯데마트 와인 매출도 63% 늘었다.

유흥 문화 쇠락으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양주도 홈술 열풍을 타고 돌아왔다. 이마트 위스키 등 양주(증류주)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50.7%였다. 특히 양주는 올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계속 늘어, 12월 이마트 매출은 작년보다 151%나 증가했다. 유튜브에는 하이볼·잭콕 등 ‘양주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영상이 올해 들어서만 수백여 건 올라왔다.

홈술 증가는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6월, 조사 전문 업체 닐슨의 보고서를 인용해 월간 가정용 주류 매출이 코로나 사태 이후 2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대형마트, 주류 코너 키우고 냉장고까지 들여

대형마트들은 홈술 확산을 온라인 쇼핑몰에 맞설 기회로 판단한다. 현행법상 온라인으로는 ‘전통주’ 이외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마트·롯데마트는 재단장하는 점포마다 주류 매장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월계점·신도림점은 주류 매장 면적을 배로 늘렸고, 맥주 코너에 냉장 진열대를 새로 배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간 맥주는 상자 단위 판매가 기본이어서 냉장 보관하지 않는 매장이 많았지만, 이제는 ‘집에 가서 바로 마시려는 손님’이 무시하기 어려운 숫자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는 온라인 쇼핑사의 유일한 카드는 ‘전통주’다. G마켓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통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77% 늘었다. 막걸리가 384%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일반 증류주(180%), 약주(172%), 전통 소주(122%) 순으로 높은 증가율이었다. 옥션에서도 같은 기간 전통주 매출이 71% 증가한 가운데 막걸리가 225% 늘었다.

주류 제조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소주 업체는 올해 들어 일반 소주병(360㎖)보다 양을 크게 늘린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8일 ‘페트병 소주’를 새롭게 출시했다. 가정용으로 400㎖, 640㎖ 용량 두 종류를 냈다. 롯데칠성음료는 9월 일반 소주의 배(倍) 크기인 750㎖ 병소주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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