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다저스를 왕좌에서 내쫓으려 한다', SD 프렐러 단장의 야심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30개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해 본 팀은 콜로라도 로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애틀 매리너스, 탬파베이 레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6개 팀이다. 이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텍사스는 1961년 리그 참가 후 60년 동안 무관으로 지냈다. 그 다음 오래된 팀이 1969년 창단한 샌디에이고와 밀워키다. 1948년 이후 72년간 우승 못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승 '한(恨)'을 논하자면 이 팀들도 서린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이 가운데 이번 오프시즌서 샌디에이고의 행보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8~29일(이하 한국시각) 이틀간 굵직한 선수 3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잠잠하던 스토브리그에 큰 파문을 던졌다.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 블레이크 스넬과 시카고 컵스 다르빗슈 유가 선발진에 가세했고, KBO 출신 김하성이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스넬과 다르빗슈는 에이스급이다. 김하성은 공수 전력을 완벽하게 메울 후보로 평가받는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이 이를 지휘했다. MLB.com은 '프렐러 단장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챔피언 LA 다저스를 내쫓으려 공격적인 사냥에 나섰다'고 논평했다. 다저스는 올해 8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32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오른 현존 최강 팀으로 내년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야심만만한 프렐러 단장이 다저스 아성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프렐러 단장은 2014~2015년 오프시즌에도 블럭버스터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트레이드와 FA 시장에서 맷 켐프, 저스틴 업튼, 크레이그 킴브렐, 제임스 실즈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트레이 터너, 맥스 프리드, 야스마니 그랜달, 잭 에플린, 1라운드 지명권 등 '미래'를 대거 포기하면서까지 전력 강화를 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5년 성적이 직전 시즌보다 나빴고, 이후 지난해까지 지구 4~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샌디에이고는 올시즌 35승25패를 거두고 지구 2위로 도약하며 2006년 이후 1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60경기 단축 시즌 효과를 톡톡히 본 측면도 있지만, 무명 제이스 팅글러 감독의 육성과 지휘력을 앞세워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팀으로 변모했다. 잭 데이비스와 디넬슨 라멧의 원투펀치를 완성했고,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중견수 트렌트 그리샴이 공수에서 핵심 멤버로 떠올랐다. 세부 기록에서 투수 WAR 5위, 야수 WAR 2위, 팀장타율 3위, 팀득점 3위, 팀도루 1위 등 전력이 한층 탄탄해졌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기에 스넬, 다르빗슈, 김하성이 더해진 것이다. 스넬은 201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고, 다르빗슈는 올해 8승3패, 평균자책점 2.01로 빅리그 진출 초창기의 실력을 되찾았다. 또한 김하성은 내야진의 빈틈을 메우며 기동력과 활기를 불어넣을 타자로 기대받고 있다.
팬그래프스닷컴이 30일 공개한 2021시즌 예상 팀 WAR에서 샌디에이고는 43.7로 다저스(44.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40.6), 휴스턴 애스트로스(38.9), 미네소타 트윈스(38.3) 등 쟁쟁한 팀들을 제쳤다. MLB.com은 '다저스와 파드리스가 2021년 확실한 투톱'이라면서 '파드리스가 다저스보다 증명해야 할 것이 많지만,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다저스와 같은 이야기(우승)를 나눌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프렐러 단장은 '매드맨'으로 불린다. 목표를 정해놓으면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스타일 때문이다. 2017년 트레이드 상대 팀에 선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0경기 자격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2017년 12월 그와의 계약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트레이드 등 전력 보강 능력을 인정했다.
프렐러 단장은 37살이던 2014년 8월 텍사스 단장보좌역에서 샌디에이고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가진 취임식에서 "선수들은 큰 무대에 올라야 한다. 큰 무대란 빅리그가 아니라 월드시리즈를 말한다"고 했다. 마침내 그가 다저스를 타깃으로 삼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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