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혹은 NC 될 수 있었던 히어로즈, 왕조도 이룰 수 있었다[SS시선집중]

윤세호 2020. 12. 30. 12: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언뜻 보면 더할나위없는 모범구단이다.

만일 KT가 현대를 인수했다면, 혹은 NC가 9번째 구단이 아닌 8번째 구단으로 히어로즈 선수단을 인수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확률이 높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키움 선수들이 지난달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연장 13회 승부 끝에 LG에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언뜻 보면 더할나위없는 모범구단이다. 꾸준히 라이징스타가 탄생하고 빅리거도 3명이나 배출했다. 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포스팅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2200만 달러(약 240억원)가 넘는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리그 전체의 발목을 잡는다. 창단 시점부터 수많은 물음표가 붙었고 실제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사무국 징계에 불복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터졌다. 항상 선수단과 구단 수뇌부가 엇박자를 내는 키움 히어로즈 얘기다.

13년 전 잘못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KT가 현대를 인수했다면, 혹은 NC가 9번째 구단이 아닌 8번째 구단으로 히어로즈 선수단을 인수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13년 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첫 번째 옵션 또한 이장석 대표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아닌 KT였다. 현재 KT 구단 직원 중 2007년 KT 야구단 태스트포스(TF)에서 활동했던 이도 있다. KT는 현대가 미납한 서울 연고지 이전비용을 부담해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유니폼 디자인 초안까지 나왔을 정도로 창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KT는 이사회 반대로 돌연 야구단 창단을 취소했다. KT 창단이 무상되면서 KBO리그는 8구단에서 7구단 체제로 리그 축소 위기와 마주했다. KBO는 스프링캠프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2008년 1월 이장석 대표의 손을 잡아 우여곡절 끝에 8구단 체제를 유지했으나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보다 이른 시점에서 히어로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2008년 겨울 KBO는 무분별한 선수 장사에 나선 히어로즈를 견제하기 위해 NC의 리그 진입을 계획했다. KBO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허구연 해설위원은 “히어로즈 대비책 혹은 보험용으로 9구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NC 소프트 김택진 오너에게 야구단 창단 의사를 물었다”며 “히어로즈 경기 중계만 가면 고참 선수들의 하소연이 말이 아니었다. 구단 식사도 외상으로 하고 세탁비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어떻게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NC가 리그에 진입한다는 얘기가 들리자 히어로즈 구단의 자세가 바뀌었다. 현금을 받고 LG로 보냈던 이택근도 다시 큰 돈을 들여 데려오지 않았나”라며 히어로즈가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경우 NC가 창원이 아닌 서울을 연고지로 히어로즈를 인수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허 위원에 따르면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이 약 5000만원이었던 반면 12년 전 NC 소프트 자본금은 8000억원 수준이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지난 11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해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집행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히어로즈가 KT 혹은 NC였다면 지금까지 히어로즈 선수들이 걸어온 길 역시 달라졌을 것이다.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했음에도 경쟁팀보다 약했던 외국인선수 문제를 해결했거나 FA 영입을 통한 전력강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높다. NC는 창단 후 외국인선수로 에릭 테임즈와 에릭 해커, 외부 FA로 양의지, 박석민 등을 영입해 꾸준히 전력을 향상시켰다. KT 또한 외국인선수로 멜 로하스 주니어, 외부 FA로 황재균, 박경수 등을 영입해 성공을 거뒀다. 히어로즈에서 KT로 이동한 유한준의 이적 역시 없었을 것이다.

많은 야구인들이 히어로즈 구단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허 위원은 “앞으로 반드시 히어로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드러나는 문제 외에 창단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원정팀 관중에 의존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깊은 한 숨을 쉬었다.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구단이 운영됐다면 히어로즈는 ‘일그러진 영웅’이 아닌 ‘왕조’가 됐을지도 모른다.

bng7@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