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노트] 대한체육회장 선거, 문제는 정치다..여야가 바뀌며 후보 지지도 달라져

대한체육회장 재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현 회장이 2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6년 10월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현재 더불어 민주당)측은 이기흥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당초 장호성 후보(당시 단국대 총장)를 후원했다가 입장을 바꿔 전병관 후보(경희대 교수)를 미는 것을 본 뒤 이기흥 후보측을 ‘우군’으로 분류하고 선거 운동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주었다. 민주당은 당시 장호성, 전병관 후보와 함께 출마한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도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지내 ‘친여권 후보’로 분류했었다.

당시 선거는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장 50여명이 대의원 투표로 선출되던 기존의 선거 방식과는 달리 통합 체육회가 출범하면서 종목별 단체장과 시도체육회에서 직군별 분야별 추천 선거인 1,200여명의 선거인단 포함 약 1,800여명의 선거인단으로 치렀다. 선거 결과 이기흥 후보가 당선됐다. 이기흥 후보는 선거에 참여한 선거인단 892명 중 294표를 획득했다. 장호성, 전병관, 이에리사 후보 등은 서로 박근혜 정부의 지지를 받는다며 자신감을 밝혔다가 표가 나눠지면서 모두 낙선했다. 당시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지지를 받는 친여후보가 승산이 있었으나 후보가 난립하는 바람에 '친야' 이기흥 후보에게 넘겨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4년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정치 바람을 심하게 타고 있다. 내년 1월18일 실시될 회장 선거에 4명의 후보가 등록을 했다. 29일 등록 마감한 결과,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 강신욱(65) 단국대교수,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장, 이종걸(63)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 의장 등 4명이 후보로 확정됐다. 이기흥 회장은 4년전과 달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적군'으로 간주됐으며 나머지 후보들은 범여권 후보로 이 회장에게 도전하는 모양새이다

이번 선거 후보등록을 앞두고 후보들간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재선을 막기위한 ‘반 이기흥 연대’ 협의가 있었다. 이기흥 회장이 정부 정책에 자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이 된 더불어 민주당 의원 출신들을 중심으로 단일화 협상이 이루어지다 혼선이 빚어졌다. 4선의원 출신의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은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논의를 이끌었으나 제19대 대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박탈당한 피선거권 시비에 휘말리며 중도하차했다. 장 명예총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44) 전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아 단일화를 주도했었다. 5선의원출신의 이종걸 전 농구협회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장 명예총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후보 등록 2일전 출마를 전격선언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도 강신욱 교수와 등록 하루전 밤새 논의를 거쳐 불출마를 결정했다가 후보 등록 마감 직전 깜짝 등록을 했다.

후보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4선의원 출신인 유준상 회장은 강신욱 교수, 불출마를 선언한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이에리사 전 의원 등과 함께 후보 단일화 협상 논의를 가졌다가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마감 직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체육관계자들은 이번 선거는 반 이기흥 후보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지난 4년간 기반을 다지며 조직을 관리해온 이기흥 회장과 달리 나머지 후보들이 서로 표가 엇갈려 열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다.

체육인들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정치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체육은 그동안 정치적 영향에 의해 중요 정책이 이루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체육회장 선거는 정치적 입김에 의해 결과가 가려졌다. 이번 선거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말아야하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좀처럼 정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게 한국체육의 현실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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