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쓰레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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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문명은 포장 문명이다.
집에서, 일터에서, 길 위에서, 지구 곳곳에서 천연자원이 쓰레기로 바뀐다.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다.
문제는 쓰레기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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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문명은 포장 문명이다. 대중소비사회는 포장을 벗기는 사회다. 집을 보라. 누군가 ‘짐 보관소’라고 했는데, 틀렸다. 집은 포장지를 벗기는 장소다. 상품이 폐품으로 바뀌는 유턴 지점이다. 집에서, 일터에서, 길 위에서, 지구 곳곳에서 천연자원이 쓰레기로 바뀐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다. 문제는 쓰레기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순환하는 질서’를 무시하고 지구를 끊임없이 수탈하는 동안, 쓰레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회귀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중금속, 방사성물질, 신종 바이러스…. 우리가 버린 것이 고스란히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
드라마 〈체르노빌〉에 나오는 대사처럼 “끝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끝이 끝나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쓰레기부터 치워야 한다. 쓰레기를 순환 경제와 생태 민주주의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 인류세의 지속을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시작’일 것이다.
사진 조남진·글 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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