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요] 국민 마음 몰라도 너무 몰라..역풍 맞은 이 시국 정책 홍보
(서울=연합뉴스) 최근 부산시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도심 상가 골목 사진을 배경으로 '쥐죽은 듯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는데요.
평소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누리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표현','통과될 때까지 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나', '이 드립이 공감을 받을 거라 생각한 것 자체가 소름'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 시민은 "3주째 새끼 쥐 두 마리를 데리고 쥐죽은 듯 조용히 집에만 있는 엄마쥐는 마음이 상한다"며 허탈해했죠.
항의성 댓글이 수십 건 달리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결국 다른 게시물로 대체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코로나19 관련 홍보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지난 14일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선보인 3컷 만화가 대표적.
'코로나로 힘드실 땐 총리한테 푸세요―우울편'이라는 제목을 단 이 만화는 마스크로 인해 피부가 뒤집어졌다며 화를 내는 여성이 주인공인데요.
마지막 컷에 등장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모두 저에게 푸세요"라는 대사를 하며 마무리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국민이 겪는 고통을 '피부 트러블'로 축소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의식에다 총리만 인자한 모습으로 그려 이미지 메이킹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극단적 선택이 급증하며 코로나 시대 취약 계층으로 꼽히는 젊은 여성을 희화화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여성의당이 정 총리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비난이 쏟아졌죠.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직접 모델로 나선 추석 인사 포스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 영화 포스터 속 배우처럼 포즈를 취한 모습이 부각되며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에 부끄럽지도 않으냐"는 반감을 일으켰던 것.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힘겨운 이들에게 정부가 위로는커녕 속만 뒤집어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인데요.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국민 정서에 어긋나고 시간·장소·상황(T.P.O)에 맞지 않는 캠페인은 안 한 것만도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헛발질이 반복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부처 간 치열한 경쟁을 꼽습니다.
서로 자신의 조직과 수장을 돋보이게 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설익은 메시지를 내놓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예를 들면 복지부에서 뭘 준비하고 있는데 총리실에서 먼저 얘기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식으로, 말로는 협조해 하나의 목소리로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부처 간 경쟁이 심하다"고 꼬집었는데요.
특히 공직사회의 경우 실무진이 상부에 제동을 걸기 힘든 보수적 조직문화로 인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것이 현실이죠.
사전에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충분히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김병희 교수는 "광고·홍보회사 같은 소통 전문가를 자문위원회로 두고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물어본 뒤, 이런 견해가 올라왔다고 윗선을 설득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보여주기식'보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정보성 콘텐츠를 통해 정부가 주는 메시지를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기발하고 색다른 걸 좇을 게 아니라 꼭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때 제대로 제공하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주목한다"며 "유언비어를 걱정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라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는데요.
부처마다 중구난방인 전달 방식이 피로도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홍보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잇따라 부적절한 홍보물을 내놓으며 국민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 정부.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이나 치적 내세우기에 몰두한 나머지 상대방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한 방향 소통이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지선 기자 박서준 인턴기자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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