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정권 편의주의적 檢 개혁의 한계

이강은 2020. 12. 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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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檢 개혁 내세웠지만
조국 임명부터 윤석열 징계
공룡 경찰·공수처 통과 등
추진하는 것마다 논란 자초

대한민국 검찰은 가진 힘만 보면 ‘세계 최강’이다. 수사권과 기소(재량)권, 경찰 수사 지휘권(검경 수사권 조정 전), 헌법상 구속·체포·압수수색 영장청구권 등 사법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막강한 권한을 자랑한다. 문제는 권한 오·남용이다. 과욕이나 공명심, 조직 이익에 눈이 멀어 표적·과잉·편파·봐주기 수사를 하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검찰 마음먹기에 따라 처벌 대상이 갈릴 수도 있는 ‘절대반지’를 끼어서 그렇다.

당연히 권력자들은 이 절대반지를 탐냈다. 검찰만 장악하면 정적 등 눈엣가시를 쳐내면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총장부터 평검사까지 줄을 세우며 충성경쟁을 유도하고, 하명 수사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도 서슴지 않았던 배경이다. 그래서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상징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은 허울뿐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검찰 스스로 막강한 힘을 유지하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입맛대로 굴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와 법집행을 통해 정의 구현과 선량한 약자 보호에 힘쓰라는 국민의 바람과 동떨어진 처사다.
이강은 사회부장
요컨대 정권마다 입에 게거품을 물었던 ‘검찰개혁’이 매번 물거품으로 끝난 것은 정권과 검찰의 합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권력이 검찰을 부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검찰도 제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검찰이 주체하지 못하는 힘을 덜어내고 견제받게 하면서 절대반지를 없애면 된다.

2017년 5월 검찰개혁을 최우선시한 문재인정부가 출범했을 때 기대를 걸었다. 박근혜정권 탄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1 야당이나 검찰 모두 반발할 기력조차 없이 바짝 엎드린 때라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검찰개혁 업무를 담당할 청와대 첫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인사부터 특이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에다 ‘노무현·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실세 백원우가 학자 출신에 불과한 조국 밑으로 들어갔다. 재선 의원이 청와대 수석도 아니고 비서관을 맡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 이명박(MB) 대통령 면전에다 “사죄하라”고 소리칠 만큼 MB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친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주의자’ 윤석열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박근혜정권에 찍혔던 윤석열에게 적폐청산의 선봉대를 맡긴 셈인데, 개혁대상인 검찰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였다.

예상대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정권을 겨냥해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며 기력을 되찾았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적폐수사의 공을 치하하듯 윤석열은 물론 한동훈 등 ‘윤석열 사단’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러고선,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이란 폐단을 검찰개혁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그렇다고 조국이 법무장관에 어울린 것도 아니었다. 정의를 강조하던 평소 이미지와 달리 검찰의 과잉수사에 빌미를 줄 만큼 흠결이 많았다.

이후 검찰이 산 권력의 비리 의혹에도 날을 세우자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여권은 치켜세우던 윤석열을 역적 취급하면서 속히 잘라내는 게 검찰개혁의 완성인 양 열을 올렸다. 조국 대타 추미애는 역시 남달랐다. 막중한 인사권과 지휘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며 윤석열을 압박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법부의 제지로 쪽박 찬 신세가 돼버렸고, 윤석열의 정치적 체급만 슈퍼헤비급으로 올려 줬다.

결국, 이 정부 내내 검찰개혁은 산으로 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통과됐지만 검찰과 경찰, 공수처 간 견제와 균형 장치가 부실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여전하고, 경찰은 막대한 정보력에다 1차 수사 종결권까지 쥐며 ‘공룡 경찰’로 변모했다. 공수처는 어떤가. 수사·기소권에다 검찰 사건의 이첩 권한 등 또 하나의 절대반지를 끼었다. 게다가 여당이 약속을 뒤집고 공수처법까지 고치면서 출범 전부터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편의주의적 ‘기승전 검찰개혁’의 한계다. 곳곳에서 울화통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강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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