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감염 노동자들 "회사가 배상하라" 첫 집단소송

정대연 기자 2020. 12.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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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부천물류센터 11명
"사측 코로나 대응지침 안 지켜..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경향신문]

지난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피해자들이 29일 쿠팡을 상대로 집단민사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노동자들이 쿠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모임·지원대책위원회’는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노동자 9명과 그 가족 2명이 서울동부지법에 ‘쿠팡’과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장을 접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지난 5월 말 노동자 84명을 비롯해 가족 및 관계자 68명 등 총 152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피해자 모임 측은 집단감염 사태 이후 7개월 동안 쿠팡에 사과와 보상,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쿠팡은 사과는커녕 집단감염 책임을 부정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 서 있거나 트라우마로 인해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피해자도 있다”며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쿠팡 측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쿠팡은 ‘소송에 불리할 수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쿠팡 측은 정부가 지난 1월부터 7차례에 걸쳐 배포한 ‘사업장 코로나19 대응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안전·보건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피해 노동자 A씨는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최초 확진자 발생에 대해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며 “대규모 센터임에도 고작 출입구, 일부 작업장, 식당에만 소독젤 1~2개를 비치해 두는 등 방역조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5월24일 복수의 확진자가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사업장 일부만 소독한 뒤 방역당국과 협의 없이 센터를 4시간 만에 정상가동했으며, 다음날 추가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사업장을 즉시 폐쇄하지 않아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병민 변호사(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쿠팡 측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법원에서 쿠팡의 위법행위를 규명하고 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은 소송에 참여할 피해자를 계속 모아나갈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방역조치 소홀을 이유로 회사가 집단 소송을 당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 노동자와 그 가족 등이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 유통업체 월마트·아마존,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피해 노동자 10명이 피해자 모임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해 현재까지 8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고, 2명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 모임은 지난 9월 김범석 쿠팡 대표 등 회사 관계자 9명을 산안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쿠팡 측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향후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만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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