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5개월 만의 '공소권 없음' 종결..방임·방조 수사도 '혐의없음'
[경향신문]
경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과 변사 등 관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와 사망 사건에 착수한지 약 5개월 만이다. 당사자인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수사 초기부터 한계에 부딪혔던 경찰 수사는 결국 성추행 의혹 등을 밝혀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피고소인 사망에 따라,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행 방조 고발 사건은 증거 부족에 따라 각각 ‘공소권 없음’과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일주일 뒤인 지난 7월16일부터 전담 수사 TF를 구성,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 수사는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전 비서 A씨에 대한 성추행과 그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임·방조 의혹, A씨에 대한 악성댓글 등 2차 가해 등으로 나눠 이뤄졌다.
A씨는 지난 7월8일 박 전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튿날인 9일 오후 박 전 시장이 모습을 감췄으며 10일 0시1분쯤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서울시 관계자 방조 의혹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A씨에 대한 성추행 사건(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참고인을 조사하고 제출 자료를 검토했으나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됨에 따라 관련 법규에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임·방조 사건도 규명되지 못했다.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은 지난 7월10일 서정협 서울시 부시장(현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에 대해 강제추행 방조 등 혐의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당사자인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이들에 대한 방임·방조 의혹 수사를 통해 성추행 의혹을 우회 수사해왔다. 피해자와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조사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위한 압수영장을 2차례 신청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데는 실패했다. 이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이 사망 당시 지니고 있던 것으로 여러 의혹을 풀 핵심 열쇠로 지목돼왔다.
■변사·피해자 2차가해
피해자 A씨의 이른바 ‘고소문건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위반(비밀 준수 등) 혐의로 5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온라인에는 A씨의 고소장이라는 이름의 문건이 유포됐다. A씨에 대해 악성댓글을 다는 등 2차 가해를 한 4명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할 예정이며, 군 소속인 피의자 2명에 대해서는 군으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1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 송치할 예정이다.
제3의 인물사진을 피해자라며 게시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6명을 기소의견, 또다른 6명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한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사건은 범죄 관련성이 없어 내사 종결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과 참고인 조사, 통신 수사 등을 진행했고 유족 등 참여 하에 휴대폰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사망 경위에 대해 투명하게 확인했으나 범죄 관련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세연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고발 사건은 각하 의견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 7월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가세연이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인을 모욕했다며 운영진 강용석씨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경찰 측은 그러나 “고발인을 조사했지만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227조는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사자의 친족 또는 자손을 고소권자로 규정한다.
■남은 수사는?
아직 남은 수사도 있다. A씨 측은 지난 25일 자신의 실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한 혐의로 박 전 시장 측근인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고소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현재 피의자 1명을 입건 조사 중이며 추가 고소장이 접수돼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마쳤다. 검찰은 휴대전화에서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전 제3자로부터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사실이 있는지 집중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현재 수사 중에 있다”며 “수사 내용과 진행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민지·오경민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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