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 이긴 선거"..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경쟁 '과열'
내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록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속출하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까지 선거전에 가세하고 나서면서 부산시당이 엄정중립을 경고하는 등 과열 조짐도 나타난다.
등록한 예비후보만 8명…일방적으로 야권에 유리한 여론 영향
28일 현재까지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는 모두 8명이다. 박민식·유재중·이진복·이언주 등 전직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8년 만에 복당해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들도 가세했다. 오승철 대한인성학회 이사장과 전성하 엘에프(LF)에너지 대표, 김귀순 부산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직까지 예비후보 등록자가 없고, 진보당과 무소속에서 각 1명씩 모두 10명이 도전장을 냈다.
야권에서 벌써부터 내부 경쟁이 치열한 데에는 여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 추문으로 사퇴한 데다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나오는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부산일보>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22일~23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1028명을 대상으로 후보 적합도를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박형준 후보가 27.4%로 가장 높았고, 이언주 후보가 13%로 뒤를 이었다고 이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11.2%, 국민의힘 소속 이진복 전 의원 4.7% 등 순이었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적합도 합계는 49.7%로, 민주당(21.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적합 후보가 없다’는 답변이 46.3%가 나온 반면, 국민의힘은 25.3%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여론조사 신경전에 가정사 흠집까지…현역도 가세
후보 간 신경전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이언주 전 의원은 조사 결과가 담긴 문자를 공개하며 “찌라시 수준의 여론조사이니 개의치 마시기 바란다. 언론에 보도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조치하겠다”는 엄포성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유력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오래된 가정사까지 흘리고 다니는 후보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조사에 조직원을 인위적으로 동원하는 등 과열 양상이 벌써부터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현역 국회의원들마저 특정 후보에게 힘 실어주기를 하면서 과열 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1일 불출마 선언한 서병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헌신과 책임으로 무장한 젊은 보수들을 눈여겨봤다. 인재와 기술의 역량을 키우고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꿔 부산을 글로벌 도시로 도약시킬 시장을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젊은 보수’가 박성훈 경제부시장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오늘 낮에 사실상의 출마선언을 한 모양이다. 특히 부산일보의 ‘젊은 부산시장을 꿈꾸다’는 읽어볼 만 하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97세대가 과감히 치고 나올 수 있을 것인가가 앞으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을 것인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글을 잇달아 올려 박 부시장을 사실상 공개 지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산 지역 한 초선의원은 “현역 의원들은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지만, 대놓고 지지 선언을 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회의원 등 엄정중립 경고”…당내 우려 쏟아져
결국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어 “경선과정에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 민심은 바로 돌아서 버릴 수밖에 없다”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부산시당은 선출직 당직자인 국회의원, 지방의원, 시당 당직자들의 엄정 중립을 요구할 방침이다. 캠프에서 직을 맡거나 특정 경선후보(예정자 포함)를 공개적으로 지지표명하여 언론에 노출할 경우, 공정경선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징계처분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과열된 내부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벌써부터 ‘다 이긴 선거’라고 생각해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의원도 “우리끼리 싸우면 ‘필패’다. 부산시민들이 “쟤네 또 자리다툼하네”라고 하는 순간 우리에게 유리하던 선거도 끝”이라며 “각자 욕심을 조금씩 버리고, 선거 승리를 위해서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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