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코로나 교도소

강호원 2020. 12. 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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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뭄을 당해 십악(十惡)과 강도·절도 이외의 잡범은 공·사죄를 논할 것 없이 모두 방면하라. 판결도 지체하지 말라." 1457년 음력 5월, 세조가 팔도 관찰사에게 내려보낸 글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교도소 폭동이 이어진다.

아파트형 교도소이기 때문에? 그것만이 이유일까.

"교도소·구치소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라"는 공개 발언 한마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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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뭄을 당해… 십악(十惡)과 강도·절도 이외의 잡범은 공·사죄를 논할 것 없이 모두 방면하라. 판결도 지체하지 말라.” 1457년 음력 5월, 세조가 팔도 관찰사에게 내려보낸 글이다. 십악은 살인·음란죄 등 유교적 강상을 어지럽힌 중죄다.

찌는 듯한 더위. 가뭄이 이어지고 역병은 창궐했다. 좁고 더러운 감옥에 갇힌 죄수들. 늙고 병든 자는 견뎌내기 힘들다. 아무리 징벌이 중요해도 목숨 구하는 일보다 긴요하지 않다는 생각. 그러기에 방면한다. 세조만 그랬을까. 다른 임금도 똑같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교도소 폭동이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곳들이다. 미국, 이탈리아, 콜롬비아, 페루…. 지난달 말에는 스리랑카 콜롬보의 마하라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교도소에 불을 질렀다. 탈옥도 감행했다. 발포로 8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고 한다. 스리랑카 5개 교도소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000여명. 폭동을 일으킨 재소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병으로 죽으나 폭동으로 죽으나….”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토픽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수감자는 약 720명. 구치소 직원과 가족까지 합치면 확진자는 748명에 이른다. 수감자가 2400여명이니 셋 중 한 명꼴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아파트형 교도소이기 때문에? 그것만이 이유일까. 한 방에 6∼7명씩 갇힌 감방.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는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치금으로 직접 마스크를 사서 쓰고, 돈 없는 수감자는 헝겊 마스크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법무부는 뭘 했을까. 그즈음 추미애 법무장관은 오로지 검찰총장 쫓아내기에만 열을 올렸다. “교도소·구치소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라”는 공개 발언 한마디 없이.

수감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최소한의 방역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에 금이 갔다. 확진자 345명을 청송교도소로 옮겼다. 그곳에서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 지금의 교도소·구치소는 조선시대보다 나은 걸까, 못한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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