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 정확한 정보 일깨운 코로나 보도..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란도

김고은·최승영·강아영·김달아·박지은 기자 2020. 12. 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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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디어 10대 뉴스]

코로나19에 갇혀버린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언론사 수익기반을 뒤흔들고 취재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진영논리와 상업성에 매몰된 보도 행태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에서 도드라졌다. 종편 설립 당시 불법행위를 저지른 MBN은 6개월 행정처분을 받았고, 언론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은 찬반 논란과 함께 언론에 책임의 시간을 일깨웠다.

디지털 전환에 군필을 지피는 언론사의 노력은 올해도 이어졌고,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은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다투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언론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기자 실명과 얼굴 공개로 몰아붙였고, 경기방송 경영진은 구성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폐업을 결정했다.

기자 지망생들과 일부 언론의 끈질긴 취재로 '텔래그램 성착취 n번방'의 실체는 드러났고, 농아인들과 장애인권단체의 노력으로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이 등장했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2020년 미디어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이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의 개별 추천과 편집위원회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편집자 주>

① 코로나19에 기자들도 재택근무

바이러스 하나가 온 국민, 아니 모든 지구인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1월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이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벌어졌고,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와 대면 접촉들이 중단되거나 축소했다. 기자들의 취재 방식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와 정부 부처, 심지어 언론사 안에서도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광고와 협찬 수입이 급감하면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언론사가 많았고, 특히 지역 신문사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팽배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뉴스 이용량이 늘면서 언론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으나 단순 중계식 보도와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 감염병 사태마저 클릭수 경쟁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언론으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의 보급과 함께 언론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까.

② MBN 방송정지 6개월 행정처분

종합편성채널 설립 당시 불법행위를 저지른 MBN이 6개월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10월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종편사업 신청 과정에서 임직원 차명주주를 동원해 불법으로 수백억원대 자본금을 조성하고, 이를 숨겨 종편 승인과 두 차례 재승인을 받은 MBN에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내렸다. 당초 승인 취소까지 거론됐지만 방송 종사자와 시청자들이 받을 피해를 고려해 나온 결과였다. 사상 초유의 방송사 영업 정지 결정에 안팎의 시선은 엇갈렸다. MBN 내부에선 ‘사형선고’라고 우려한 반면 언론시민단체들은 ‘면죄부’라고 비판했다. MBN으로선 승인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갈 길이 멀다. 내년 5월 예정된 방송 전면 중단을 앞두고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고, 내부적으론 지난달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한 사실상의 소유·경영 분리 방안 등을 내놓아야 한다. 전례 없는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MBN 스스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③ 채널A 검언유착 의혹과 기자 구속

지난 3월 말 채널A의 한 법조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들춰내기 위해 압박성 취재를 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는 것이었는데, 보도 이후 여권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윤석열 검찰과 언론 간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이 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은 4월 말 서울 중구 채널A 보도국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에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5월 말엔 채널A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에서 보고서를 내고 해당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 한 달 후 해당 기자를 해임하고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에 정직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법원은 7월 중순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했으며 현재까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찾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④ ‘전재료 폐지·구독 강화’ 네이버 개편

네이버 뉴스 개편은 올해도 언론계에 큰 파장을 미쳤다. 지난 4월부터 네이버는 콘텐츠제휴 언론사에 제공하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대신 뉴스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지급했다. 콘텐츠 대가 개념의 전재료가 사라지고 네이버 내 광고성과로 이득이 배분되는 수익모델의 변화다. 이용자의 ‘언론사 구독’ 방식은 500만 구독자를 확보한 언론사가 처음 나올 만큼 자리 잡았다. 개인화·자동화 강화 기조의 네이버 뉴스 배열에서 구독자 수는 향후 더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네이버는 일부 언론과 별도의 구독 플랫폼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용자가 많이 클릭한 뉴스에 순위를 매겨 제공하던 ‘많이 본 뉴스’가 언론사별 가장 많이 본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달라지기도 했다. 특히 올해 변화는 수년간 지적된 언론의 포털 종속이 이후에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남을 수 있다.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이용자와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은 요원한 만큼 우려로 남는 지점이다.

⑤ 언론보도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란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자는 법안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제안됐다. 지난 6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해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주장한 데 이어 9월엔 법무부가 징벌적 손배제 적용 대상에 언론사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이르면 내년 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그동안 징벌적 손배제와 관련해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반대하는 이들은 ‘가짜뉴스’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진위를 누가 판별할 것이며 이 제도가 자칫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미 허위조작정보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언론 보도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언론 단체들도 최근 언론의 자유가 무한할 수는 없다며 언론윤리헌장(가칭)을 마련하는 등 윤리 규범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⑥ 조선·한국일보 등 디지털 혁신 시도

2020년 국내 언론사들에선 디지털 혁신 작업에 군불을 지피는 작업이 이어졌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이후 국내 언론계에서도 혁신의 바람이 불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체를 맞은 터였다. 한국일보는 지난 6~7월 새 CMS ‘허브(HERB)’를 도입하고 신문과 디지털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어젠다’와 ‘실험’, ‘독자’로 요약되는 후속 개편·인사도 단행되며 양과 질 모든 차원에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의 AI CMS ‘아크(Arc)’를 들여와 지난 9월 실전에 투입한 조선일보는 종이신문과 디지털 모두를 잡기 위한 디지털 전략 실현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 중 가장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던 중앙일보 외 타 매체에서도 속속 시도에 재착수한 한해다. 한겨레신문·경향신문 등에서도 신문과 디지털 분리 논의는 한창이다. ‘신문-디지털’ 간 우선순위 설정, 기자 노동강도 증가, 수뇌부 인식개선 등 여러 과제가 남았지만 이번 혁신 흐름은 국내 언론에 찾아온 두 번째 파도라 할만하다.

⑦ 정치인들의 ‘기자 좌표찍기’

정치인들이 SNS에서 언론에 반감을 드러내며 기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좌표 찍기’가 논란을 불렀다. 이재정·정청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 실명을 태그하거나 얼굴을 공개하자 해당 기자들은 이들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보낸 악성 이메일과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기자는 자기 이름을 걸고 쓴 기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은 용인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실명 거론이 정당한 해명과 비판을 넘어 과도한 인식공격의 수단이 된 점이 우려를 낳았다. 특히 여성 기자들은 성적 모욕이 담긴 댓글과 이메일 등 노골적인 성희롱으로 고통을 겪었다. 언론계에선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0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정상적으로 취재 중이던 사진기자의 얼굴을 SNS에 공개해 물의를 빚은 추 장관에게 “정당한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지 말고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 잡으라”고 요구했다.

⑧ 경기방송 자진폐업 및 정리해고

진짜로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어렵게 재허가 문턱을 넘은 지 약 두 달. 경기방송은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 2월 이사회의 폐업 결의,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같은 달 29일 자정부로 모든 방송을 중단하면서 ‘FM 99.9MHz 경기방송’은 개국 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스스로 폐업을 결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개국 이후 줄곧 흑자였던 경기방송은 실체도 없는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세력” 탓을 하며 방송사업을 포기하고 부동산 임대업자로 남았다. 그리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전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졸지에 일터를 잃고 생계가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옛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새 방송사업자 선정과 방송 재개를 촉구하며 7개월 넘게 투쟁과 SNS를 통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 공모 절차 등을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있고, 경기도와 도의회의 경기지역 방송 설립 구상도 제자리걸음만 걷는 중이다.

⑨ ‘n번방’ 사건 알린 기자들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한 영상을 돈을 받고 유통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은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n번방’을 알리고, 가해자들을 검거하는 데에는 기자들의 집념이 있었다. ‘n번방’의 실체를 처음 알린 건 기자 지망생 대학생인 ‘추적단 불꽃’ 이었다.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를 통해 불법 음란물들이 유통되는 텔레그램의 실태를 9개월간 끈질기게 추적했다. 한겨레는 n번방 사건을 언론사 최초로 공론화해 지난해 11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갓갓’ 문형욱, ‘와치맨’ 등이 운영해온 비밀방의 실태, 피해자와 실제 가담자 인터뷰 등을 보도한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연속 기획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3월 ‘추적단 불꽃’과 함께 6개월간 n번방 잠입 취재를 기록해 사회적 공분을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조주빈은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기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전히 여성, 청소년들이 약자로 치부되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불균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⑩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수어통역 도입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이 등장했다. 농아인들의 염원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그동안 지상파 3사가 메인뉴스에서 수어 통역 방송을 실시하지 않아 ‘한국 수어’가 모국어인 농아인들은 뉴스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월31일 MBC ‘뉴스데스크’를 시작으로 KBS ‘뉴스 9’, SBS ‘8뉴스’에서 수어통역 방송을 실시한 건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장애인권단체가 낸 차별 진정을 인용해 지상파 3사에 농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메인뉴스를 시청할 수 있도록 수어 통역을 제공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에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 통역 미제공에 대한 차별 진정을 냈던 장애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당시 환영 논평으로 “수어통역의 질적인 면도 보완되고 수어통역을 하는 통역사들의 근무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며 “나아가 농인만이 아니라 발달장애인 등 방송 소외계층의 접근권도 확대되어 장애인 방송에서 진정한 모범 국가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고은·최승영·강아영·김달아·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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