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징후기업 157곳, 7년만에 최저치? 착시현상일 뿐

윤진호 기자 2020. 12. 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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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올해 대출 연장해준 금융지원 탓

금융감독원은 2001년부터 매년 ‘부실징후기업’을 발표합니다.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 등 은행별로 심사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C등급, 살아나기 힘든 기업은 D등급으로 갈립니다. 부실징후기업의 증감은 우리나라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도 합니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는 심사 대상 3508곳 중 157곳(C등급 66개, D등급 91개)이 부실징후기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3년(152곳) 이후 최저치로, 작년(210곳)보다는 25.2%나 감소했습니다. 올해 기업들이 코로나발(發) 경기침체로 악전고투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착시(錯視)가 숨어있습니다. 올해 기업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최장 1년 연장해주는 등의 대규모 금융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금감원도 착시를 인정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독일이나 영국 등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올해 부도기업 수가 과거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며 “결국 유동성 지원의 효과이고,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은행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재무 담당 부행장은 “이자도 못 낼 정도의 기업이면 원리금 유예조치가 끝난 뒤에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폭탄만 키운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위기의 전조(前兆)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39곳으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올해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내년 신용평가에선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유럽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뒤덮었던 2011년에는 국내 부실징후기업이 109곳으로 전년보다 41.4%나 줄었습니다. 그러나 그다음 해부터 133곳(2012년), 152곳(2013년), 159곳(2014년), 229곳(2015년)으로 급증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기업 지원 정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닌지 신중하게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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