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축구일기] 굿바이 나의 20대, 그리고 2020년

조회수 2020. 12. 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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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재성입니다. 2020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여러분들에게 2020년은 어땠나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인해서 우리 모두에게 많은 어려움과 힘들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여러분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저는 2020년을 끝으로 20대가 끝이 나고 2021년 부터는 30대를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축구일기를 통해 저의 20대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30대를 예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20대의 마지막 휴가와 2020년의 마무리 

전반기를 마치고 일주일 휴가를 받았지만 쉬는 날에도 팀에서 정해준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이틀동안 먹고 자고 푹 쉬면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혼자 뛰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할 때와 잠깐 쉬었을 때의 몸상태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많이 무거웠고 주어진 시간을 다 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10분정도만 참고 뛰면 금세 몸이 또 적응해서 몸이 가벼워지고 뛰는 순간이 즐거워진다. 그러다가 또 10분이 지나면 힘들고 몸도 마음도 금세 오락가락 하는 내 자신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께서 "Lee, weiter so!"(계속 유지해)라고 말 한마디를 웃으면서 하고 지나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에서 다시 에너지가 생기고 힘차게 뛰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와 응원이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인생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로 계속 편안한 것, 쉬운 것만 하다보면 결국 나중에 더 힘들어지고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 힘들어지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처음은 힘이 들겠지만 금세 몸이 적응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그렇게 하다 보면 오늘 나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 준 아주머니처럼 누군가가 옆에서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그 응원을 받아 또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삶이 그렇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체 독일에 왔지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있고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주변의 많은 도움 덕분에 해결해 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독일에 오기전에 가졌던 두려움은 사라진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새로움이 주는 설렘과 기대를 바라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두려움도 함께 생각한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변화를 무서워 하지 말고 새로움이 주는 설렘과 기대를 더 가치있게 생각하면서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갑작스런 코로나 19로 인해서 일정과 계획이 수시로 바꼈지만 모든 걸 떠나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생활에 많이 익숙해졌고 무엇보다도 팀 안에서 적응을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과 경기를 소화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았던 2020년 한해였다. 


# 굿바이 나의 20대

이제 나의 소중했던 20대는 며칠 있으면 끝이 난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되돌아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났다. 나의 20대는 정말 나 스스로도 믿지 못 할만큼 수많은 영광스런 순간들을 경험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출처: SPORTS KU

20대의 시작과 함께 스무살 성인이 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일을 첫번째로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게 되면서 매일 그들과 함께 훈련하고 눈으로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설프게 따라하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내것으로 만들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계시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이 아주 넘치는 서동원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을수 있었던 순간은 너무 소중한 순간이었다. 두번째는 전북 현대 입단이다. 20대 시절, 내가 내린 가장 큰 첫번째 선택은 바로 전북현대로 가는 일이었다. 그때 당시 스스로 대학교 4학년이 된다면 안주하고 실력이 정체될거라는 생각이 강했다. 고려대학교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했던 나를 보면서 전북현대에 가서 또 한번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주변에 걱정과 만류를 뿌리치고 도전을 선택 할 수 있었다. 




K리그 최고의 팀답게 최고의 시설속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최고의 감독님을 만나 지도를 받으면서 4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면서 갚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번째, 프로선수가 되어서 생에 첫 국가대표에 뽑혔고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뛸 수 있는 영광스런 순간도 경험할 수 있었다. 축구를 시작할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 국가가 부른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네번째,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생에 두번째로 스스로 내린 큰 선택 중 하나이다. 그때 당시 또 한번 나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절실했다. 스스로 안주하고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을 느끼면서 환경에 대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느꼈다. 자기가 속해 있는 환경에서 동기부여를 찾지 못한다면 그 환경을 떠나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시즌중에 동기부여가 떨어진 나로 인해서 큰 목표를 향해 가는 팀에 피해가 가면 안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꿈꾸던 유럽으로 도전을 하게 되었다. 한국선수가 유럽에 나오기까지 정말 힘들다는걸 나오는 과정을 통해서 느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훗날에 지금 겪고 있는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킬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를 태우러 왔던 구단 전용 차량



고마운 동료들과 락커룸에서


독일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 곧 만나게 될 2021년 

1월이 시작되면 곧바로 3일날 후반기 리그 첫 경기가 있다. 부상없이 건강하게 시즌 후반기를 소화하는게 목표이고 전반기 좋았던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팀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후반기 가장 기대되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포칼 경기가 있다. 그 경기를 통해서 정말 세계적인 팀은 어떤지 몸소 느껴보고 싶어 정말 기대된다. 


출처: 바이에른 뮌헨 공식 페이스북


그리고 2020/21 시즌이 끝나면 이제 킬과 계약이 끝남으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나도 어디로 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또 새로운곳에 가서 적응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버티고 노력하다 보면 또 도움의 손길이 있을거고 그걸 통해서 힘을 얻고 잘 이겨낼수 있으리라 믿는다. 프로선수로서 나의 세번째 팀은 어디가 될까? 스스로도 기대가 되는 2021년이다! 



# 나의 30대 

20대는 지나갔지만 이제 또 새로운 30대의 십년을 살아가야 하는데 분명 20대와는 전혀 다른 삶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30대를 앞두고 어떤 일들이 있을지 한번 미리 예상해봤다. 

우선 첫번째, 30대에 가장 큰 변화는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선수로서 최대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 전주성에서 아쉬움 없이 웃으면서 경기장을 떠나고 싶다. 



두번째,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 축구선수로서 은퇴도 큰 일이지만 나에게는 축구선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는것이 더 큰 변화이고 어려움이다. 정말 어렸을때부터 축구선수만 생각하고 축구선수로서 삶을 살았는데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고 새로운 직업으로 살아가야 하는 날이 올거라는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다행히도 지도자의 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지금부터 준비할 예정이지만 축구선수를 꿈꾸던 초등학생의 때로 돌아가서 다시 하나부터 공부하고 시작해야 하는게 막막하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지도자로서 아님 또 다른 새로운 직업을 통해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세번째, 개인적으로 35살 안에는 결혼을 해야될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변에 친구들은 결혼하고 벌써 아이까지 있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럽다. 나 또한 지혜로운 배우자를 만나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긴 시간을 들여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의 '축구선수 이재성'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글로 적어보니 20대 보다는 30대가 제 삶에서 더 큰 변화와 새로운 삶들이 예상되네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 스스로의 노력과 다짐, 그리고 주변의 도움에 힘입어 슬기롭게 20대를 잘 헤쳐나간만큼 30대의 제 인생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축구선수 이재성, 그리고 그 다음의 이재성이 경험하게 될 30대 인생도 응원해주세요! 


# 톡채널 질문

Q.넷플릭스 추천해주세요.

 : 저는 종이의 집, 나의 아저씨, 이태원 클라쓰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Q.좋아하는 간식은 무엇인가요?

: 옛날에는 초콜릿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먹을 수는 없지만) 편지를 읽는 게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시간입니다. 

Q.축구선수가 공이 오는게 무서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무섭다고 계속 피하지 말고 실수 하더라도 실수는 누구나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찾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Q.이재성 선수 집 주소를 알려주세요!

가끔 제 독일 주소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요. 팬 분들의 따듯한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Q.요즘같은 시기에 식사, 요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 아침은 늘 먹던대로 먹고요. 코로나로 인해서 외식이 힘든데 포장은 가능해서 대부분 식당에 가서 포장해 와서 먹고 있어요. 최근에는 집에서 떡국을 해먹었어요. 

Q.한국에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은? 

수육과 김장김치를 가장 먹고 싶어요. 붕어빵과 호떡도 생각납니다. 

Q.좋아하는 등번호가 있나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번호는 17번 입니다. 

Q.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 저는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요즘 자주 듣는 CCM은 ‘내가 주인 삼은’이라는 곡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이야기를 읽고 나서 여러분들에게도 지난 시간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미리 예상해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다음 일기 때에는 2021년이 될거라 생각되는데 남은 시간들 소중한 사람들과 잘 마무리 하시고 2021년에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소망합니다. 

2020년에도 이재성의 축구일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따듯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재성 드림.


축구일기를 읽으면서 궁금하신 점이나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이재성의 축구일기 톡채널에 댓글을 남겨 주세요. 댓글 직접 다 확인하고 있고 참고해서 다음 축구일기에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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