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봐야 해" 동물농장, 1000회가 주는 먹먹한 울림 [TV와치]

서지현 2020. 12. 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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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1000회를 맞은 '동물농장'이 다뤄온 불편한 진실이 시청자들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12월 27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1000회 특집을 맞아 그동안 소개됐던 에피소드들이 회자됐다.

이날 '동물농장'에선 동물 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지난 2009년 8월 '누렁이 학대' 사건 당시 견주는 누렁이를 구조하겠다는 제작진에 "내 물건인데 그런 식으로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 1월 '개 연쇄 학대범' 사건에서도 견주는 "(반려견을) 죽인 적이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살아서 뭐하냐. 법적으로 하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앞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2009년까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벌금 20만 원 선고가 최대 형량이었다. 그러나 '동물농장'을 통해 폭로된 개 연쇄 학대사건 이후 분노와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동물도 고통과 아픔을 느끼는 생명으로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 이에 따라 2010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조항에 징역형이 추가됐다.

동물을 향한 인간의 잔혹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동물농장' 제작진은 6개월간 공들인 끝에 이른바 '강아지 공장' 취재에 성공했다. 방송에 앞서 MC 신동엽은 "미리 말씀드리지만 (내용이) 상당히 불편하다. 하지만 끝까지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된 내용에 따르면 진열장 안에 상품처럼 놓인 새끼 강아지들은 번식장, 즉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퍼피 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그곳에 들어간 강아지들은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며 병이 들어도 제대로 된 치료 조차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당시 제작진이 강아지 공장에 방문했을 때 마주한 첫 번째는 빽빽한 뜬장에 갇힌 많은 강아지들이었다. 이에 대해 강아지 공장 운영주는 "새끼는 100만 원 넘는 경우도 있다. 이거(주사기)로 하면 또 새끼가 많이 생긴다. 인공 수정하는 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내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눈요기로 본 다음에 내가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아지 공장 속 강아지들은 인위적인 교배와 출산의 과정에서 더 많은 새끼를 얻기 위해 학대에 가까운 번식 행위를 당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공장의 기계처럼 새끼를 낳고 빼앗기며 점차 병들어가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동물농장'을 통해 공론화된 강아지 공장 사건은 대대적인 전수 조사에 들어가 2018년부터 동물 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다. 또한 해당 에피소드 방송 이후 유기견과 유기묘에 대한 관심 역시 급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동물농장'이 20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동물과 사람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인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이면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때론 부드러운 조언을, 때론 따끔한 충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최근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지고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이들이 많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가족으로 맞이해야 하는 존재인 만큼 충분한 공부와 책임감이 요구된다. '동물농장'은 20년간 시청자들에게 동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임을 일깨워줬다. 이에 이들이 맞은 '1000회'라는 기록적인 숫자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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