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요기요 팔고 배민 인수"..배달앱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박광연 기자 입력 2020. 12. 28. 12:00 수정 2020. 12. 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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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어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승인했다. 다만 DH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모두 가지면 시장 독과점으로 소비자와 입점 음식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정위는 28일 “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DH가 “DH의 첨단 물류시스템과 세계 각국에서의 배달앱 운영 경험을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과 결합해 서비스 품질과 사업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에 신청한지 1년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판단은 ‘배달앱 운영사끼리는 결합하되, 각 운영사의 배달앱 간 결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운영사 간 결합에 따른 경영상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면서, 결합시 시장의 99% 이상(2019년 거래금액 기준)을 차지하는 두 배달앱의 경쟁 관계는 유지시킨다는 취지다.

■“소비자 할인 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우려”

배달앱 시장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가 하나가 되면 독과점 효과로 소비자와 음식점이 피해를 입는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배민과 요기요가 각각 상대방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해왔고, 지난해에 비해 올해 1~8월 주문당 할인금액이 30~40% 줄었다는 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음식점의 경우 배달앱 이용 수수료가 오를 수 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공정위는 “음식점 입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음식점 전체 매출에서 배민과 요기요의 비중이 33~44%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은 음식점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수료가 인상돼도 음식점의 99% 이상은 배달앱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의존도가 높다는 경제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와 음식점의 배달앱 이용 행태를 감안하면 배민과 요기요의 경쟁 관계는 뚜렷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소비자와 음식점이 배민을 우선 이용할 경우 2순위로 요기요를, 요기요를 우선 이용할 경우 2순위로 배민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서로 대체 가능한 경쟁 관계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음식점의 다양성과 주문·결제의 편리성, 할인혜택 등 측면에서 두 배달앱간 유사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전화주문과 배달앱 주문은 달라”

DH와 공정위 사무처(검찰격)는 공정위 전원회의(법원격) 심의 과정에서 배민·요기요 결합이 영향을 미칠 시장 범위와 경쟁제한 효과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관련 시장의 범위를 우선 획정한 뒤,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는지를 판단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DH는 소비자의 직접 전화주문과 배달앱을 하나로 아우른 ‘음식 주문 시장’의 관점에서 폭넓게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준을 따르면 배민·요기요 결합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과 직접 전화주문 시장은 특성이 다르다며 별개라고 판단했다. “배달앱은 다양한 음식점 정보와 검색 기능, 이용후기 및 평점 기능을 제공하며, 할인혜택과 비대면 결제 등 측면에서 다른 (주문)서비스들과 구별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달앱 소비자들은 배달앱을 계속 이용하고자 하는 의사가 강하고, 음식점도 매출 증대 효과가 큰 배달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직접 전화주문이 배달앱을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배달앱 소비자들의 76%는 음식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달앱을 이용한다”며 “음식 선택에 도움이 안 되는 직접 전화주문은 배달앱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간편주문 같은 인터넷 검색 연계서비스도 “지난해 거래 실적이 배민의 1%에도 못미친다”며 경쟁 관계가 아니라 같은 시장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경쟁 상대 되기 어려워”

DH는 쿠팡이츠가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민과 요기요가 하나가 되더라도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일부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1주문 1배달’로 지칭되는 쿠팡이츠의 ‘자체배달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배달앱 등장 이전에도 한국에는 음식배달 문화가 발달돼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민·요기요 같은) ‘주문중개 모델’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배민·요기요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고비용이 드는 쿠팡이츠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배민·요기요의 경쟁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5~2020년 국내 배달앱 업체별 시장 점유 현황. 공정위 제공


DH는 급격히 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특성상 향후 신규사업자가 진입해 경쟁할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은 진입 초기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신규사업자가 가까운 시일 안에 배민·요기요에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명확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력한 신규사업자로 언급되는 네이버도 배달앱 투자에 따른 경업금지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카카오 주문하기는 2017년 진입 후 점유율이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과점 우려에도 기업결합 허용 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DH의 물류기술과 우아한 형제들의 마케팅 능력의 결합 등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두 배달앱 운영사의 결합을 승인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공정위는 DH와 우아한형제들 결합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DH는 향후 6개월 안에 요기요를 보유한 DH코리아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이는 공정위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DH 입장에서는 배민을 얻는 대가로 요기요를 잃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DH는 DH코리아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을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음식점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매월 소비자 할인 프로모션 금액 인상’ ‘배달원 근무조건 등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 6가지 조치를 부과했다.

DH는 앞서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한 기업결합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독점이윤 추구가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DH도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DH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DH코리아를 매각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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