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에 '구멍 손잡이'.. 업계는 "벌레 들어가는데"
대형마트 근무자나 택배 기사들이 나르기 쉽도록 상자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드는 이른바 ‘착한 손잡이' 상자를 정부가 본격 추진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상자에 구멍을 뚫으면 벌레 등 외부 이물질이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상자 강도가 약해져 높게 쌓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주요 대형마트와 제조업체, 택배사, 온라인 유통업체와 협의를 거쳐 ‘상자 손잡이'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상자 손잡이란 종이 상자 양쪽 옆면에 구멍을 뚫어 손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한 것. 손잡이가 없을 때보다 더 쉽게 상자를 나를 수 있다. 고용부는 “올해 말 기준 평균 20.6%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자체 브랜드 제품(PB제품)에 대한 손잡이 설치율을 내년에 82.9%까지 올릴 방침”이라고 했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의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비중도 기존 1.6%에서 7.8%로 높이도록 한다. 내년에는 주요 택배사엔 67만 개, 쿠팡·SSG·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사들은 47만5000개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도록 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월 23일부터 산하기관인 우체국을 상대로 소포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어 판매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고용부는 “제조업체에서는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등이 내년 설 선물 세트 중 손잡이 설치가 가능한 127종에 손잡이를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자 손잡이 문제는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마트노조)가 처음 제기한 사안.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자들이 상자를 나르면서 손잡이가 없어 근골격계에 무리가 자주 가 골병이 든다”면서 개선을 촉구하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빠른 시간 안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상자 손잡이 설치가 마냥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상자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으면 벌레나 먼지 등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고, 상자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높게 쌓을 때 파손 위험이 더 커진다는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자를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상자 제작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상자 손잡이 가이드’도 만들어 배포한다. 가이드는 사람 힘으로 드는 5㎏ 이상 상자는 원칙적으로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크기·형태·위치는 자율적으로 설계하되 가로 80㎜, 세로 25㎜ 이상이어야 한다. 냉동식품 등 구멍을 내기 어려운 상자는 구멍을 내는 대신 묶는 끈을 활용하도록 했다.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할 경우, 고용부에서 만든 ‘착한 손잡이’ 로고를 상자에 부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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