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K방역 과신이 초래한 백신 확보 불신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0. 12. 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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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을 가장 잘한 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곧 접종한다.

이미 21일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관리되던 때에도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4일 화이자 백신 사용 승인을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다양한 백신에 베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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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을 가장 잘한 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곧 접종한다. 이달 초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등이 접종에 들어간 그 백신이다. 이미 21일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미국 모더나, 중국 시노백, 미국 아크투루스의 백신도 줄줄이 싱가포르에 공급될 예정이다.

인구 570만 명인 싱가포르는 올해 4월 하루 확진자 최고치(1111명)를 찍은 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감염 규모를 통제했다. 10월부터는 일일 감염자 수가 대개 20명 미만이다. 26일 기준 코로나 사망자 수는 한국이 808명, 싱가포르가 29명이다. 싱가포르 인구가 한국의 10분의 1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에 비견되는 방역 성과다.

그런데 백신을 대하는 두 나라의 태도는 달랐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관리되던 때에도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백신 구입에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3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여러 종의 백신을 선(先)구매했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중국 시노백의 백신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4일 화이자 백신 사용 승인을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다양한 백신에 베팅했다"고 했다. 안전성과 효과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백신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리셴룽 총리는 내년 3분기까지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양의 백신을 갖게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전 국민이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 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24일 화이자(1000만 명)·얀센(600만 명)과 백신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빨라야 내년 2월 접종이 시작된다. 얀센 백신은 내년 2분기, 화이자 백신은 내년 3분기부터 일부 물량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1년 후인 내년 말에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집단 내 대다수가 면역을 갖춘 상태)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나. K방역 과신에서 비롯된 방심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의료계에서 백신 개발과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정부는 외면했다. 방역 1등 국가라 자화자찬하며 K방역 띄우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중국은 내년 화이자 백신 1억 회 분량을 구매하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현재 3상 임상시험 중인 중국 백신 후보 5개를 포함해 내년 연간 생산량이 16억 회 분량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 백신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백신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왜 우리는 코로나 백신을 못 맞나’라는 비판이 거세진 후에야, 정부의 백신 확보 지연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부터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덕분에 터널 끝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면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세계 정치·경제 리더들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머리를 맞대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내년엔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싱가포르를 향한 외부의 신뢰와 싱가포르의 자신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어서 긴 터널 끝의 빛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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