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의 코로나, 더 암울하다

장은교 기자 2020. 12. 2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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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묘 준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장례서비스 노동자들이 26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아발론 묘지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묘를 준비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 AP연합뉴스
정보·의료 부족에 내정 불안
남아공 등 8개국 확진 폭증
“많은 환자들 집에서 죽어가”
“백인들의 병” 인식도 문제
무증상 감염자 관리는 전무

“242명의 환자가 누워 있다. 환풍기도 작동하는 전화기도 없다. 한 60세 환자가 엎드려 있는 동안 산소호스가 빠졌지만 간호사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바빴다. 이제 그 환자는 세상에 없다. 그의 시신이 옮겨지는 동안 또 다른 67세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의 한 병원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쓴 지 1년. 많은 나라가 허덕이면서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거나 계획할 만큼 ‘코로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오늘은 다르다. 다른 대륙보다 늦게 확산됐고, 초기엔 감염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데다 내전 등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불안한 곳도 많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검은 대륙을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약 260만명, 사망자 수는 6만1000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남아공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우간다, 말리 등 8개국은 연일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공개된 수치는 무의미하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에서 감염 사례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사망자 수는 두 배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남아공의 전염병 전문의 존 블랙 박사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실제 감염·사망자 수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엔아프리카 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중 3분의 1만이 사망률을 보고하는데, 국제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초기에 강력한 봉쇄정책을 통해 감염 확산을 막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봉쇄는 독이 됐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가뭄과 내전 후유증을 겪으며 다른 전염병과도 싸우고 있는 나라들은 의료품 공급마저 끊기면서 총체적 의료공백 상태에 빠졌다. 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손을 자주 씻기도 어렵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위기의식이 낮은 것도 문제다. 일부에선 코로나19를 서양인과 부자 백인들의 질병으로 인식한다. 나이로비 빈민가에 사는 사라 오양이는 “바이러스는 서양 백인 부자들의 것이다. 우리의 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말리아의 한 대학강사는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이 쳐다보며, ‘코로나 맨’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무증상 감염자들에 대한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검사 장비도 매우 부족하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최악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2차 파동은 처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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