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폐쇄에도 덕유산 곤돌라엔 긴 줄..코로나 방역 구멍

박진주,이상헌,이진한,김금이 2020. 12.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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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연휴 관광객 일탈 속출
슬로프만 막은 덕유산리조트
"영업 제한대상 아니야"
곤돌라 예약 하루 300명 받아
"해변 통제선 말뚝뽑고 들어가
방역 무시하며 일출사진 찍어"
무개념 관광객에 주민 분노

◆ 코로나 재확산 ◆

27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벼룩시장이 코로나19 방역 위기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주형 기자]
연일 1000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 시내 유흥가 밀집지는 한가한 모습을 보인 반면 전국의 산과 들, 해변에서는 방역 조치 위반 사례가 다수 목격됐다. 정부가 해넘이·해돋이 관광 명소를 폐쇄하는 등 관광지를 통한 감염병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성탄절 연휴 기간 동안 전국 곳곳에서 방역지침을 어긴 일탈행위가 이어졌다.

지난 26일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 출입구에는 '내년 1월 3일까지 해변을 폐쇄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빨간색 통제선이 도로변까지 세워져 있었다. 해안가 주변에는 경광봉을 든 단속반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해변에 들어가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강릉시민 김지원 씨(36)는 "그나마 잘 알려진 해수욕장은 사람이 많아 눈치라도 보지만 소규모 해변가에서는 일부 관광객들이 통제선을 고정한 말뚝까지 뽑은 뒤 들어가기도 한다"며 "다 같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도 벅찬데 기어코 여행 와서 출입금지 구역까지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의 안목해변에서는 관광객 대부분이 차 안에서 바다를 바라봤지만 일부는 통제선 넘어 해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통제선 밖에 있던 관광객들은 이들의 일탈을 보고 '들어가도 되는 거냐'며 의아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연휴 기간 내내 반복된 일탈을 고발하는 게시글로 가득 채워졌다. 강릉시민 최미영 씨(38)는 "SNS에서도 통제선을 넘어간 사람들 모습이 여럿 올라와 있던데 실제로 보니 더 많은 것 같다"며 "방역을 위해 들어가지 말라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대로라면 성탄절 대목을 맞이했을 스키장 일대는 전국이 대부분 적막했지만 인근 곤돌라를 정상 운영한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연휴 기간 덕유산 정상 부근 설천봉까지 이어진 곤돌라에 탑승하려는 인파가 몰려 긴 대기열이 생기기도 했다. 25일에는 인터넷과 SNS 등에 '설천봉 실시간 웹캠'이라는 제목으로 곤돌라에 탑승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업체 측은 정부가 곤돌라에 대해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은 만큼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무주리조트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했는데, 곤돌라 운영 마감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몰렸던 것 같다"며 "곤돌라 1대당 8명이던 정원을 4명 이하로 조정하고, 예약 가능 인원도 500명에서 300명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에 따른 영업 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놀이동산과 테마파크에도 인파가 몰렸다. 이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한 직장인 박 모씨(30)는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계속 얘기했지만 퍼레이드를 할 때 어깨가 닿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렸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여행'을 해시태그로 한 게시글도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다수 발견됐다. 일부는 바다와 산 등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해변 산책로도 모두 출입금지라 아쉽다" "실내 밀집도 아니고 자연까지 꼭 다 막아야 하나 싶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이들처럼 '가족끼리' '조심히' 캠핑이나 글램핑을 다녀왔다는 후기글을 두고는 샤워실·휴게소 등 공용시설 감염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두고 여전히 혼란이 이어졌다. 26일 점심 동대문구 한 고깃집에선 7~8명 단체 손님이 "가족끼리 모인 건데 한 테이블은 안 되느냐"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떨어진 테이블에 3~4명씩 따로 앉는 모습이 목격됐다. 강원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상수 씨(37)도 "두 가족이 테이블을 따로 쓰겠다고 했지만 방역 조치를 생각해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5인 이상이 집에서 모여 송년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윤서 씨(31·가명)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지인 8명과 송년회를 보내려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없어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며 "전부 코로나19 무증상에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사람들이라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최근 한 달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만5111명 중 24.2%인 3654명이 '가족 간 전파' 사례인 만큼 모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출·모임을 자제하고, 가정 내에서도 주기적인 환기와 소독,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 준수가 중요하다"며 "동거 가족 간에도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 등의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무주 = 박진주 기자 / 강릉 = 이상헌 기자 / 서울 = 이진한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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